박스도 못 뜯은 채 폐기되는 국정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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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0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지난 2월 20일 경북 경산시 문명고 운동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피켓을 들고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김정석 기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스도 뜯지 못한 채 폐기될 처지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북 경산시 문명고 관계자는 12일 "새 정부가 지시를 내리면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경북도교육청 역시 연구학교 지정처분과 관련한 법적 공방을 중단하기로 했다.

문명고 "새 정부 방침 따를 수밖에" #경북교육청도 법적 공방 모두 중단 #반대 학부모·학생·교사들 환영 입장

문명고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과정에서 교육 당국이 홍보를 충분히 못 하다 보니 여론에 눌린 측면이 있다"면서도 "새 정부가 대통령령이나 교육부령을 통해 지시를 내리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북도교육청도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한 만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에 대한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과 관련해 대법원 재항고하지 않을 방침이다. 앞서 도 교육청은 문명고 일부 학부모들이 제출한 '연구학교 지정 처분 취소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이자 이에 불복해 항고했었다. 법원은 지난 2일 이를 기각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에 반대해 왔던 학부모·학생·교사들은 환영 입장이다. 오일근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문 대통령의 공약이 국정 역사교과서 정책 폐기인 만큼 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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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문명고 1학년 학생들은 법원 결정에 따라 검정 역사교과서를 통해 역사 과목을 배우고 있다. 문명고가 보관 중인 190여 권의 국정 역사교과서는 아직 박스에 포장된 채로 교내에 보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2일 오후 청와대 위민관 집무실에서 '국정교과서 정상화 업무지시'에 서명하고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를 지시했다.

경산=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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