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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로 AI 혁명 이끈다" 손바닥만한 칩으로 세계를 움직이는 남자

중앙일보

입력

“개발하는 데만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 정도 썼다. 이 칩만이 전 세계 ‘인공지능(AI) 빅뱅’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컨벤션센터. 그래픽칩(GPU) 제조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가 들고나온 손바닥만 한 그래픽칩(GPU)에 5000명 관중이 환호했다.

엔비디아가 개최한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2017’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황은 이날 현존 최고 성능의 GPU ‘볼타(V) 100’을 처음 선보였다. 매년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개발자ㆍ전문가 행사인 GTC에서 엔비디아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황은 올해도 2시간 넘게 발표했다.

이날 황이 처음 공개한 ‘볼타’는 인공지능(AI)에 최적화된 GPU다. GPU는 대량의 그래픽, 데이터 작업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그래픽 처리 장치다. 엔비디아가 직전에 선보인 GPU 파스칼의 처리속도보다 최대 12배 빠르다.
황은 “역대 최대 성능의 볼타는 슈퍼 컴퓨팅ㆍ빅데이터ㆍ게임ㆍ의료 등 모든 산업 분야의 '인공지능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AI 혁명에 박차를 가하다’라는 주제로 무려 2시간 20분 동안 홀로 마이크를 잡은 그는 ‘젠슨 황 쇼’의 주인공 같았다. 유려한 언변과 재치있는 농담으로 참석자들은 황의 발언 하나하나에 열렬히 환호하고 응답했다. 연설 중간중간에 마이크로소프트ㆍ아마존 등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기업 임원들이 잠시 나오긴 했지만 5분을 넘기지 않았다.

황은 엔비디아의 제품과 기술들이 오늘날 얼마나 많은 첨단 기업들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는지에 대해 강조했다. 본인이 직접 VR 기술을 시연하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만든 ‘홀로넥’ 기술로 차 한 대 평균 20억이 넘는다는 스웨덴의 슈퍼카 코닉세그를 순식간에 부품 수천 개로 분리했다. 물론 가상공간에서였지만 생생하기 그지없어 실제 부품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이날 참석자 3명이 가상 공간에서 코닉세그를 직접 타보고 실제로 운전대를 잡아보기도 했다.

페이스북ㆍ바이두ㆍ테슬라ㆍ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모두 엔비디아와 협력하는 기업들이다. 엔비디아와 바이두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 중에는 SK텔레콤이 T맵 지도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결합해 서비스 구축을 준비 중이다.

대만계 이민자 출신인 황은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한 ‘공돌이’다.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후 AMD 등 IT 기업에서 근무하던 그는 서른살이 되던 1993년 학교 친구들과 함께 엔비디아를 세웠다. 엔비디아는 오늘날 전 세계 GPU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VR(가상현실)ㆍAR(증강현실)ㆍAI 등을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만들고 ^평균 6개월마다 새 제품을 발표하며 ^AMDㆍ퀄컴 등 경쟁사들의 수준이 한참 못미친다는 점 때문에 엔비디아는 ‘대체 불가능한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때문에 엔비디아를 이끄는 황은 오늘날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함께 ‘포스트 스티브 잡스’로 꼽히기도 한다. 애플의 창업주인 잡스처럼 세계 IT 업계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한편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는 17% 급등했다. 전날 엔비디아가 발표한 1분기 깜짝 실적 덕분이다. 엔비디아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9억4000만달러(2조1800억원), 순이익은 5억700만달러(571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 144% 증가했다. 황이 10일 처음 선보인 고성능 GPU ‘볼타’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너제이=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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