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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로 복원된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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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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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중인 복원가들.

복원 중인 복원가들.

복원된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복원된 교황 요한 23세 지구본

지구본에서 한국을 가리키고 있는 장재복 밀라노 총영사(왼쪽)와 복원가 넬라 폿지, 포베렐레 수녀회 원장

지구본에서 한국을 가리키고 있는 장재복 밀라노 총영사(왼쪽)와 복원가 넬라 폿지, 포베렐레 수녀회 원장

2 복원 중인 복원가들.

2 복원 중인 복원가들.

3 복원 후 한국 부분

3 복원 후 한국 부분

제261대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63년)의 낡은 지구본이 우리 한지(韓紙)로 복원됐다. 지난달 28일 이탈리아 베르가모 인근 마을 솟토 일 몬테 조반니 벤티트레 시청에서 열린 복원 결과 발표 행사에는 교황 요한 23세 재단 이사장, 이탈리아 종이 전문가, 장재복 주밀라노 총영사, 밀라노 한인회장 등 1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여했다.

이 지구본은 교황 요한 23세의 영적 가치를 느끼게 하는 중요한 유물이다. 1958년 12월, 즉위 6주를 맞은 교황은 포교 활동으로 새로 건립된 교회가 표시된 세계지도책을 넘겨 보다가 전 세계 천주교 교구까지 표시된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교황청 사무총장은 독일 베르비티 선교회에 지구본 제작을 의뢰했고, 이곳 신부님들은 빈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플렉시글래스 지구본을 모델 삼아 18개월에 걸쳐 지름 120cm, 높이 180cm, 둘레 4m의 거대한 지구본을 만들었다. 내부에는 전등을 달아 빛이 나게 했고 모터도 장착해 자동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교황은 손님을 맞을 때마다 어디서 왔는지 이 지구본으로 확인하곤 했다. 지도는 프린트된 것이지만 곳곳에 손으로 이름을 정정해 놓았고, 교구가 표시되지 않은 곳을 펜으로 직접 적기도 했다. 이 중에는 춘천·대전·전주·부산의 한국 교구도 포함돼 있다.

세월이 흘러 지구본은 점점 훼손됐고 원래 색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1년에 걸친 복원과정에서 지구본 형태의 배접에 경남 의령군 신현세 전통한지공방의 한지가 사용됐다. 주밀라노총영사관은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종이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세미나와 워크숍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날 행사에서 넬라 폿지는 둥근 구에 종이를 배접하는 두 개의 사진을 비교해 보여 주며 “주름 없이 잘 펴진 쪽이 한지, 주름이 있는 쪽이 다른 종이다. 한지는 길고 고르게 분포된 섬유질 덕분에 내구성이 뛰어나고 장력이 좋아 지구본처럼 입체적이고 둥근 면을 완벽히 배접할 수 있다고 판단돼 한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장재복 총영사는 “양국의 협력이 한·이탈리아 관계를 더욱 친밀하고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요한 23세 박물관 2층에서 전시 중인 지구본은 밝은 하늘색이었다. 2년 전 사진에서 봤던 누런 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베르가모(이탈리아) 글 김성희 중앙SUNDAY 유럽통신원 sungheegioielli@gmail.com
사진 교황 요한 23세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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