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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쿠팡' 비방 허위 글 올린 디시인사이드 운영진에 벌금

중앙일보

입력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을 비방하는 허위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부사장 등에게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단독 박강민(38·사법연수원 38기) 판사는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디시인사이드의 부사장 박모씨와 팀장 김모씨에 대해 각각 벌금 300만원과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박씨 등은 ‘다른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글을 다시 올린 것에 불과하고 이 글들의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하지만 당시엔 원 게시글을 믿을 만한 비방이나 의혹이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별도의 사실 확인 없이 글의 출처도 대지 않고 직접 새로운 글을 작성하는 형태로 올린 점을 고려할 때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유죄 이유를 설명했다.

박 판사는 또 “박씨 등이 올린 게시글은 피해자가 근로자를 착취하는 비도덕적인 기업이라는 일방적인 매도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박씨 등이 허위 게시물일 가능성을 몰랐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2015년 1월 12일 디시인사이드 사무실에서 인터넷 ‘오늘의 유머’ 사이트 게시판에 ‘소셜커머스 총체적 난국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쿠팡의 한 비정규직 배송근로자(쿠팡맨)가 문자메시지 한 통으로 해고 통지를 받았다’는 내용을 전했다.

나름 이름 되는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근데 아침 8시에 출근해서 퇴근을 하려면 기본으로 밤 11시가 넘음. 처음에는 8시 퇴근이라고 돼있었는데 열심히 해야 정규직이 된다고 생각해 한 마디도 불평하지 못했음.…6개월 뒤에 (정규직으로 전환될) 부푼 기대를 갖고 있었으나 저는 해고처리.…알고 보니 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냥 계약 종료 후 전부 퇴사 처리 됐네요. ㅜㅜ 문자 한통 받고 뭐라고 말도 못했습니다. 이런 게 갑질이구나, 난 당했구나."

김씨가 같은 날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린 글도 이와 비슷했다. 이 글의 제목은 ‘(펌) 쿠팡맨을 살려주세요’였다. ‘어제 쿠팡맨에 대한 기사를 보고 쿠팡맨이었던 제 남편이 생각나더군요’로 시작해 ▶밤 11~12시 넘는 늦은 퇴근 시간 ▶일반 택배보다 못한 처우(월급 250만원) ▶정규직 전환율 0% 등을 사실처럼 지적했다.

이에 쿠팡은 "허위 글을 게시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씨와 김씨를 고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의 게시글 내용 대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은 저녁식대, 야근수당, 주말 수당 등을 포함해 급여를 지급하고 있었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기존 근로자들과 계약을 연장하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해 정규직 전환율도 0%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자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사례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 등은 제3자 글을 단순히 다시 게재한 것에 불과해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점과 게시 글의 내용을 진실로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주장했다.

하지만 박 판사는 “원 게시글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서 글을 직접 적시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글의 내용이 세부적인 내용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면 허위라고 볼 수 없지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명백히 틀리기 때문에 허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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