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당신의 가족이 불태워졌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 당신의 가족이 불태워졌습니다
-다음 대통령에게 건네는 작은 이야기, 그 두번째

겁에 질린 듯 꼬리를 내린 채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강아지

온 몸에 휘발유를 뒤집어 쓰고
괴로움에 몸부림 칩니다

당신은 그 잔인함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합니다

이후 그 사람이 처벌을 받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생명을 하찮게 여기는 일은
악마의 영역이라는 사실을요

몇몇 이들은 이렇게 반론을 펼치기도 합니다

“식물의 생명도 존엄한 것이 아니냐”
“개만 중요한가. 소·돼지 고기는 먹지 않나”

하지만 누군가에게 강아지·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은
가족과 같은 존재입니다

눈으로 마음을 나누고
애정을 갈구하고
함께 할 때 진정으로 기뻐합니다

우리의 감정을 읽고 관심을 원하며
추억을 공유합니다

물론 생명은 생명을 집어삼키지 않고는 살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살생은 불가피합니다

하지만 목숨을 가벼이 여기고 쉬이 빼앗는 건
특히 우리와 가까운 이의 목숨을 뺏는 건

누구도 용서하기 힘든 일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만이라도
생명으로 존중할 수는 없을까요

70년 전 유럽엔 흑인과 황인을 가둬놓고 구경하는
‘인간 동물원’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이 야만스러웠다 말합니다

사실 우리가 동물에게 하는 짓을 보며
먼 훗날 당신은 야만스러웠다 말할지 모릅니다

<이 이야기들을 건네는 이유>
강아지의 생명이 그렇게 소중합니까. 남의 자식의 비극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그런데 왜 우리는 멀쩡한 강아지에게 불 붙인 사람, 다리 잃은 아들에게 800만원 준 군대에 그리 분개하는 걸까요.
모두 따스한 심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다른 생명의 아픔이, 남의 고통이 내 것 같기만 하니까요. 우리는 권력의 부정부패에도 분노하지만, 일상 속 사건들에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일자리·안보·저출산같은 큰 이슈만큼 작은 것에 주목하는 까닭입니다. 작지만 사람들이 공감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 바로 여기에 ‘좋은 정책’의 해답이 있는 게 아닐까요. 다음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10개의 ‘작은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r
디자인: 배석영 인턴 bae.seok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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