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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 금리 8개월 연속 상승…은행만 웃는다

중앙일보

입력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른 데다,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고 있어서다.

한은 3월 가중평균금리 발표 #시장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영향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평균 3.21%로 전달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7월 2.66%로 바닥을 찍은 뒤 8개월 연속 상승세다. 3.21%는 2015년 2월(3.24%)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기준금리가 되는 코픽스(COFIX)는 2월 15일과 3월 15일 두차례 연속 인하됐다. 코픽스만 보면 3월 주담대 금리는 떨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주담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고정금리형 대출의 금리가 3월 초순에 가파른 오름세를 탔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주담대의 기준금리로 쓰이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2월 말 2.0652%에서 3월 10일 2.1985%로 껑충 뛰었다가 3월 말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이달 들어서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26일 신한은행의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3.23~4.34%, 우리은행 고정금리(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38~4.38%로 전달보다 각각 0.02%포인트씩 올랐다. KEB하나은행도 혼합형 상품 금리가 3.38~4.5%로 전달보다 0.014%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억제하라고 주문하자 각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려잡는 추세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규대출은 줄여야 하고, 찾아오는 고객을 막을 수는 없으니 은행으로서는 금리 조정을 통해 수요를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출과 달리 수신금리는 3월에 제자리걸음 했다. 3월 은행권 저축성수신 평균 금리는 1.49%로 전달과 변동이 없었다. 최영엽 한은 경제통계국 부국장은 “규제 강화로 대출이 늘지 않으면서 은행들이 자금을 유치할 이유가 줄어들어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은행의 대출(기업+가계대출)금리와 수신금리 차이(예대금리차)는 3월에 1.99%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1.88%포인트)와 비교하면 0.11%포인트 늘었다. 이러한 예대금리차 확대는 1분기 은행권의 깜짝 실적으로 이어졌다.

은행이 보유자산으로 얼마만큼 이자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순이자마진(NIM)이 1분기 들어 모든 은행에서 상승했다. 은행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하나금융지주는 2012년, 우리은행은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앞으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은 대출금리를 굳이 내릴 이유도,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이유도 없게 됐다”며 “이는 시장원리에 따른 것이지만 소비자로선 반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ang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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