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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없는 투표일’ 확산 … 프랑스 대선 투표율 변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내달 7일(현지시간) 실시될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신생 정당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마린 르펜(48) 국민전선(FN) 후보가 이변을 연출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피용·멜랑숑 등 지지자 불참 가능성 #르펜, FN 대표직 내놓고 결선 총력 #마크롱의 때이른 축하 파티 비난도 #메르켈은 마크롱, 트럼프는 르펜 지지

지난 23일 1차 투표 결과 마크롱과 르펜의 결선투표 진출이 확정된 뒤 마크롱 측은 파리의 한 식당에서 축하 파티를 벌였다. 마크롱은 모여든 지지자들 앞에서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연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듯한 연설이었다”고 평했다. 당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따르면 마크롱의 지지율은 62%로 르펜(38%)을 압도했다.

그러나 주요 언론에선 르펜의 역습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제라르 쿠르투아 편집국장은 “결선 투표는 완전히 새로운 선거다. 두 후보가 직접 맞서지 않았던 1차 투표와는 다르다”며 “남은 기간 동안 르펜 측이 총공세에 나설 것이고, 특히 내달 3일 TV토론에서 르펜이 선전하면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24일 르펜은 국민전선 대표직에서 일시 사임한다고 밝혔다. 극우정당 이미지를 벗어던지며 총력전을 예고한 것이다.

이날 르펜은 마크롱이 벌인 축하 파티에 대해 “지난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호화 파티를 떠올리게 한다”며 공세를 펼쳤다. 사치스러운 사르코지의 이미지를 마크롱과 연결시키면서 ‘기득권 엘리트’로 낙인 찍으려는 의도다. 공화당, 녹색당 등 다른 정당들도 “(르펜이 소속된) 극우정당이 결선투표에 진출했는데 파티를 벌일 상황이냐”며 비난했다.

결선투표에서 가장 큰 변수는 투표율이다. 1차 투표에서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와 장 뤽 멜랑숑 좌파당 후보, 브누아 아몽 사회당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불참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마크롱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탈락한 세 후보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마크롱에게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소셜미디어에선 마크롱과 르펜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 프랑스인들이 ‘내가 없는 5월 7일(#SansMoiLe7Mai)’이란 해시태그를 확산시키고 있다. 결선 투표일인 5월 7일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마크롱이 승리하려면 탈락한 후보들의 지지표를 끌어모아야 한다. 이들의 득표율을 합치면 약 47%로 절반에 육박한다. 가디언은 “투표 거부 정서가 확산돼 투표율이 낮게 나타날 경우 (르펜이 당선되는) 악몽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프랑스 안팎에선 마크롱 지지 선언이 잇따랐다. 이날 피용과 아몽,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마크롱 지지를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등 유럽 국가 지도자들도 마크롱에 지지를 보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르펜이 국경 문제에 가장 강경하다. 누구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국경 문제에 가장 엄격한 사람이 선거에서 잘 될 것”이라며 사실상 르펜 지지를 선언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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