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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파인딩] 안철수 "북 ICBM 우리 영공해 들어오면 요격명령 내릴 것"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4월 15일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ICBM. 바퀴 16개짜리 TEL이 운반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북한이 4월 15일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ICBM. 바퀴 16개짜리 TEL이 운반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TV]

“북한이 발사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우리 영공을 침범하면 요격 명령을 내릴 것이냐”

“대한민국 영공해라면 방어체계를 동원해서 막아야 한다”

한국 이지스함은 北 ICBM 요격 불가능, 미·일은 가능 #SM-3 요격 성공률 테스트에선 90%, 실전 경험은 없어 #SM-3 도입 놓고 미 MD 편입 논란, 실제 도입 여부 불투명

“즉각 요격명령을 내리겠느냐”

“그렇다”

 4월 2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한국방송기자클럽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북한의 ICBM 도발 관련한 질문을 받고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北 ICBM 요격명령 내려도 한국군 단독으론 불가능

그런데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대통령이 ICBM 요격명령을 내리면 우리 군은 이를 실행할 능력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한국군의 독자 능력만으로는 ICBM을 요격할 수 없다.

ICBM은 사거리 5500㎞ 이상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일반적으로 ICBM의 정점 고도는 1200~1500㎞로 알려져 있다. 공해 상에서 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는 ‘해상의 사드’로 불리는 SM-3가 있다.

미 해군 이지스함에서 발사한 함대공미사일 'SM-3'. 최대 요격고도가 500~1500㎞로 사드보다 높다. [사진 중앙포토]

미 해군 이지스함에서 발사한 함대공미사일 'SM-3'. 최대 요격고도가 500~1500㎞로 사드보다 높다. [사진 중앙포토]

미·일 이지스함은 SM-3로 ICBM 요격 능력 갖춰

하지만 우리 군은 SM-3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의 설명.

“SM-3는 이지스함에 장착된 요격미사일이다. 현재 한국 해군이 운영하고 있는 이지스함에는 SM-3 장착이 불가능하다. 한국 이지스함은 ICBM의 탐지는 가능하겠지만 이를 요격할 무기를 갖고 있지 않아 북한이 ICBM을 쏘더라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능개량을 통해서 장착이 가능할 수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반면 미국, 일본이 운용 중인 이지스함은 SM-3를 탑재하고 있어 탐지 후 요격도 가능하다. 한국 해군이 추가로 도입할 차세대 이지스함 3척에는 베이스라인(BL)-9이라는 최신형 이지스 전투체계가 도입되기 때문에 향후 SM-3를 들여오면 탑재가 가능하다.”

ICBM 요격 명령을 내리겠다는 안 후보의 답변은 군 통수권자로서 취할 수 있는 단호한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군은 이런 요격 명령을 수행할 수단을 확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지 표명 이상은 될 수 없는 답변인 셈이다.

칼빈슨 항모전단은 탄도미사일 요격 목적?

4월 9일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미 해군의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반도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날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칼빈슨함의 서태평양 이동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한반도로) 무적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칼빈슨함은 북핵 위기가 절정이었던 15일 한반도에서 4800㎞ 떨어진 인도양에서 작전 중이었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로이터=뉴스1]

4월 9일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미 해군의 항공모함 칼빈슨함. 한반도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날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칼빈슨함의 서태평양 이동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한반도로) 무적함대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칼빈슨함은 북핵 위기가 절정이었던 15일 한반도에서 4800㎞ 떨어진 인도양에서 작전 중이었던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로이터=뉴스1]

SM-3는 동해 진입을 앞두고 있는 미 칼빈슨 항모전단과 관련해서 최근 부쩍 관심을 받고 있는 무기 체계다. 칼빈슨 항모전단을 한반도 인근으로 급파한 이유가 북한을 직접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북한의 미사일 격추용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칼빈슨함이 한반도로 이동한 것은 방어용”이라며 “북한이 (ICBM 등)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에 발사하면 미 함정들이 (SM-3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SM-3는 미사일이 최고 고도를 찍기 이전 상승단계와 중간단계에서 ICBM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다. 현재 SM-3는 블록 1A와 1B, 블록 2A와 2B로 계속 성능을 개량하고 있다. 최대 요격 고도는 1A가 250㎞, 1B는 500㎞, 2A는 1500㎞라고 한다.

따라서 북한이 평북 동창리나 함북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ICBM을 발사하면 이지스함의 AN/SPY-1 레이더와 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SBX)가 미사일의 경로를 추적해 고도와 위치를 파악한 뒤 해상에서 이지스함에 탑재된 SM-3를 발사해 요격하게 된다. SM-3의 요격고도(500~1500㎞)를 감안하면 대기권 밖에서도 요격이 가능하다.

지난해 4월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조선중앙TV 캡처]

지난해 4월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제공=조선중앙TV 캡처]

국방부, 당장 SM-3 도입 계획은 없어

한국은 일단 차세대 이지스함에 SM-3 장착이 가능한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이지만, 실제 SM-3가 도입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일단 한 발당 1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 또 ICBM은 남한을 겨냥한 무기체계라기보다는 미국을 겨냥한 무기로 SM-3를 우리 군이 도입함으로써 그만한 효용성이 있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드에 이어 SM-3 도입은 미국의 MD(미사일방어) 체계에 우리나라가 편입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도 국방부는 “현재까지 SM-3 도입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 "SM-3 도입 적극 검토" 공약

안철수 후보는 SM-3 도입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한 적은 없다. 다만 안 후보의 국방 정책 자문을 맡고 있는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국민의당 평화로운 한반도 본부장)이 지난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SM-3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효용성을 봐야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SM-3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SM-3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실전에서 얼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김대영 위원은 “SM-3는 그동안 30여 차례의 시험발사에서 90%에 가까운 명중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도 “실전에서는 아직 사용된 예가 없다”고 했다. 김 위원은 이어 “사실 북한이 ICBM을 언제, 어느 방향으로 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요격하는 것이 실제 상황에서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다면 최단거리인 북극 항로를 향해 ICBM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에는 이지스함의 SM-3가 아닌 두 번째 방어시스템이 작동된다. 바로 GMD 시스템이다.

2014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GMD 시스템을 통한 ICBM 요격 실험이 진행됐다. 미국의 일부 과학자 집단과 의회 일각에서는 요격 성공율을 놓고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2014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GMD 시스템을 통한 ICBM 요격 실험이 진행됐다. 미국의 일부 과학자 집단과 의회 일각에서는 요격 성공율을 놓고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GMD는 북한, 이란 등의 ICBM에 대응한 미 본토방어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현재 36대의 요격기가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배치돼 있다. ICBM이 미 본토에 근접하기 전 2000㎞ 상공의 우주공간에서 요격하는 체제다.

실전에서 ICBM 요격 성공 쉽지 않아

하지만 GMD 시스템의 성능과 관련해 논란이 많다. 미 과학자 집단과 의회 일각에서는 GMD 요격 시스템을 두고 “요격 시험에서 몇 차례 목표물을 격추한 적은 일지만 신뢰할 만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04년 GMD 시스템이 배치되기 시작한 이래 9차례 가장 요격실험에서 6차례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 성공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대영 위원은 “ICBM 요격 수단이 있다하더라도 이처럼 실전에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미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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