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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읽기] ‘좀머 씨’ 쥐스킨트의 사랑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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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열린책들
104쪽, 7500원

"그렇다면 사랑이란 결국 일종의 병이 아닌가?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병이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가장 끔찍한 병.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사랑은 독이 아닐까? 양이 얼마냐에 따라 가장 큰 축복이 되기도 하고 재앙이 되기도 하는 그런 독 말이다. 도와주소서, 소크라테스여, 도와주소서!"

'좀머 씨 이야기', '향수', '콘트라베이스' 등 개성 있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이미 친숙해진 독일 작가 쥐스킨트가 9년 침묵을 깨고 내놓은 신작 에세이가 '사랑을 생각하다'. 국내의 쥐스킨트 팬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설 이 책은 '사람 쥐스킨트'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쥐스킨트는 특유의 어조로, 인간의 보편적 주제인 사랑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탐구해들어간다. 그 사랑과 포개져있는 죽음과의 관계도 외면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연인의 죽음을 멈춰달라고 청하기 위해 죽음의 세계 하데스로 내려가는 신화 속의 '오르페우스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전개된다. 사랑에 대한 쥐스킨트의 생각은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랑의 모습과 함께 스탕달.괴테.바그너로 이어지는 예술세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소설을 읽을 때는 주인공의 심리를 통해 가늠할 수 없었던 쥐스킨트의 내면 세계가 에세이에서 조금은 선명하게 드러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의 시나리오집 '사랑의 추구와 발견'도 함께 출간됐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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