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 27∼28일 정규직, 비정규직 분리 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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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근로자로 구성된 사내하청분회의 분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내하청분회가 분리되면 기아차 노조는 정규직 근로자로만 구성되게 된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노동계 등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지부운영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오는 27~28일 진행하기로 했다. 재적 인원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해 그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핵심은 조합원의 구성 규정을 현행 ‘기아자동차 내에 근무하는 자’에서 ‘기아자동차㈜에 근무하는 노동자’로 변경하는 것이다.
규정이 변경되면 사내하청 근로자, 식당ㆍ물류사ㆍ협력업체 파견근무자, 판매대리점 근로자 등은 노조 조합원 자격이 사라진다. 즉 비정규직 근로자는 노조에서 분리돼 나가고, 정규직 근로자들로만 노조가 구성된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008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대투쟁을 위해 금속노조 경기지부에 있던 비정규직 노조를 사내하청 분회로 편입시켰다. 이후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1사 1노조’ 원칙에 따라 정규직ㆍ비정규직 근로자가 하나의 노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사용자 측과의 협상 등을 놓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 등 노조 내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특히 현대ㆍ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낸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에서 법원이 잇따라 사용자 측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해당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갈등이 극대화됐다.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판결에 따라 비조합원을 포함한 4000여명 전원을 정규직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11월 1049명만을 특별 채용하는 것으로 사 측과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전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독자적으로 파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정규직) ‘귀족노조’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반면 기아차 노조는 노보 등을 통해 “일부 사내하청 근로자들로 인해 노조의 모든 사업이 부정되고, 독자 파업 등 갈등이 지속되면 발전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금속노조는 20일 “기아차 지부의 1사 1조직 분리 총회는 금속노조 강령 및 규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므로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분리는) 촛불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며 금속노조가 비정규직을 외면하는 조직으로 각인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규직 조합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면 분리안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기아차 노조에서 정규직 조합원은 약 2만 8000명, 비정규직 조합원은 약 28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아차 노조가 정규직ㆍ비정규직으로 분리될 경우 다른 노조들도 앞으로 활동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금속노조 측은 “1사 1조직 분리는 단지 기아차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비정규직ㆍ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절망을 안겨 줄 것이고,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외치며 이들을 조직하는 동지들에게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노동계 한편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처한 상황이 분명히 다른 만큼, 반드시 같은 노조에 소속돼 같은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어, 기아차 노조의 결정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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