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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美 항모 3척, 한반도 인근 모이나 옆길 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반도 인근 해역에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이 곧 집결한다."

지난 14일 인도양에서 칼빈슨함(CVN 70ㆍ맨 왼쪽부터)을 선두로 이지스 구축함 마이클 머피함(DDG 112)과 이지스 순양함 레이크 챔플레인(CG 57)이 두를 따르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지난 14일 인도양에서 칼빈슨함(CVN 70ㆍ맨 왼쪽부터)을 선두로 이지스 구축함 마이클 머피함(DDG 112)과 이지스 순양함 레이크 챔플레인(CG 57)이 두를 따르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요즘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4월 전쟁설’에서 전쟁이 임박했다며 제시되는 근거다. 이에 따르면 남중국해에서 한국 동해 방향으로 북상하고 있는 칼빈슨함(CVN 70)과 현재 일본 요코스카에서 정비 중인 로널드 레이건함(CVN 76)에 이어 미 캘리포니아 인근 해역에 있던 니미츠함(CVN 68) 마저 한반도로 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칼빈슨함과 별도로 니미츠함도 (7함대 구역인 서태평양으로) 항행 중”이라는 일본의 지지통신의 기사가 나간 뒤론 기정사실인 것처럼 여겨졌다. “니미츠는 이미 날짜 변경선을 넘어 최고 속도로 한반도를 향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니미츠함의 가세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의 네이비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니미츠함은 현재 올 여름 배치를 위해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2015~2016년에 걸쳐 대대적 정비를 받은 니미츠함은 실전 배치에 앞서 몸을 푸는 성격의 일종의 '훈련(COMPTUEX)'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비타임스에 따르면 니미츠함은 1척의 이지스 순양함과 4척의 이지스 구축함과 함께 제11 항모강습단(CSG)을 구성한 뒤 중동 지역으로 전투기들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페르시아만~홍해~아라비아~동아프리카 지역를 관할하는 5함대로 배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한반도 인근 해역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미국의 군사 전문 온라인 매체인 디펜스뉴스는 같은 날 미 태평양사령부 관계자가 3척의 항모가 몇 주 안에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 모인다는 뉴스에 대해 부정했다고 밝혔다. 이 매체는 또 칼빈슨함의 경우 싱가포르 남쪽 인도양에서 호주 해군과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복수의 태평양사령부 관계자는 칼빈슨함이 이미 한반도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계속 나오는 데 대해 놀라워한다고 디펜스뉴스가 말했다.

미 해군은 현재 10척의 핵추진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 이 10척이 모두 가동하고 있는 건 아니다. 미국의 싱크탱크 스트랫포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4척이 바다에 나가 있으며, 6척은 항구에 정박한 상태다. 6척 중 1척을 제외하고는 크고 작은 정비를 받고 있다. 미 해군은 5척의 항모(모항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잠시 머물고 있는 시어도어 루즈벨트함(CVN 71) 포함)로 전 세계를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현재 바다에 나가 있는 4척의 항모 중 조지 부시함(CVN 77)은 중동에서 이슬람 국가(IS) 등을 상대로 한 군사 작전에 투입하고 있다. 미국 동부 해안에서 훈련 중인 드와이어트 아이젠하워함(CVN 69)은 유럽과 지중해의 유사시 상황을 위해 남겨 놓은 예비용이다. 니미츠함은 실전 배치 준비 중이다. 칼빈슨함만이 한반도 투입이 가능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한반도 위기 상황이 아주 높지 않고선 항모 3척을 한반도 인근에 모아 놓을 수 없다. 항모 1척으로 전쟁을 벌일 수는 없다”면서도 “한반도 상황이 긴박해지면 단계적으로 항모를 더 보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한ㆍ미 연합 작전계획 5015에 따르면 미군은 북한과의 전면전 수행을 위해서 5척의 항모를 한반도에 전개토록 돼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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