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조타수 양심 고백 편지가 결국 사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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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조타수였던 고(故) 오영석씨의 편지. [사진 장헌권 광주기독교연합(NCC) 대표]

세월호 참사 당시 조타수였던 고(故) 오영석씨의 편지. [사진 장헌권 광주기독교연합(NCC) 대표]

“세월호 후미 2층 부분이 설계(철제구조물)와 달리 약한 천막으로 돼 있다”는 세월호 조타수의 양심 고백을 뒷받침할 정황이 나왔다.

17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공길영 위원은 “육상 거치를 완료한 세월호의 근접 사진을 확인한 결과 선미의 2층 화물칸(C데크)의 1.5m 높이 공간이 비어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세월호의 조타수였던 고(故) 오용석(사망당시 60세)씨가 한 목사에게 보낸 양심편지에 ‘세월호 선미 2층 화물칸(C데크) 하층부 외벽이 철제가 아닌 천막으로 설치돼 있어 급격한 해수 유입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곳이기도 하다.

공 위원은 “총 3m의 공간 중 철제로 막혀 있어야 할 1.5m 공간이 비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을 막아놓은 천막이 침몰 당시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 위원은 “침몰 초반에는 좌현 램프에 물이 유입되면서 세월호가 기울었다”며 “이후 45도 이상 기운 이후에는 천막으로 막아놓은 부분에 해수가 유입되면서 세월호가 60도까지 급속히 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 위원은 “향후 선체조사위원회가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17일 세월호가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누워있다. 최정동 기자

17일 세월호가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누워있다. 최정동 기자

세월호 조타수였던 오씨는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수난구호법(조난선박 구조)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 광주기독교연합(NCC) 대표인 장헌권 목사의 “양심 고백을 해달라”는 편지에 답장했다.

당시 오씨는 세월호 2층 화물칸 2층 일부 벽을 철제가 아닌 천막으로 대체한 것을 급격한 침몰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편지에 “배가 처음 기운 것도 기운 것이지만, 물이 어디로 유입되었는가 상세히 조사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뒤에 그림으로 보낸다”며 세월호 1층 D데크, 2층 C데크, 3, 4층 객실, 5층 조타실과 객실로 구성된 세월호 선체의 단면을 편지에 그려 넣기도 했다.

오씨는 2015년 11월 대법원에서 수난구호법(조난선박 구조) 위반 등 혐의로 2년형이 확정됐다. 이후 복역하던 중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중 가석방됐다가 지난해 4월 사망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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