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부대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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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5일 평양에서 개최한 대규모 열병식에 정체불명의 부대가 등장했다. 기존의 인민군과 다른 모습에 이목이 쏠렸다. 이들 부대원은 검은색 위장크림을 바르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헬멧에는 야시경을 장착하고 손에는 신형 소총을 들었다. 군복 역시 카키색의 인민군 복장과 달리 캐모플라주(camouflage·위장) 무늬여서 여느 국가의 특수부대원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특수작전군. [사진 노동신문]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특수작전군. [사진 노동신문]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부대는 북한의 육·해·공·전략군에 이은 새로운 군종(軍種)인 ‘특수작전군’으로 확인됐다. 북한 노동신문은 열병식에서 행진한 부대의 순서를 열거하며 “조선인민군 해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전략군, 특수작전군 종대”라고 보도했다. 특수작전군 사령관은 특수전 부대인 11군단의 군단장이었던 김영복 상장(별 3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에서 새 군종을 공개한 건 지난 2012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새롭게 등장한 ‘전략로켓군’은 2013년 말 ‘전략군’으로 이름을 바꿔 공식 창설됐다. 전략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의 전략 미사일 운용을 전담한다.

북한의 조선중앙TV는 열병식에서 특수작전군이 행진할 때 “최고사령관(김정은) 동지께서 일단 명령만 내리시면 백두산 번개와도 같이 적들의 심장부에 멸적의 비수를 제일 먼저 꽂을 억센 의지가 서릿발친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는 “유사시 가장 먼저 한미 연합군의 후방에 침투할 부대임을 강조한 것”이라며 “북한이 특수작전군을 창설한 건 한미 연합군의 ‘참수 작전(Decapitation Strike)’에 대한 맞대응”이라고 해석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5일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5일 열병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노동신문]

참수작전은 미국의 전쟁 작전 유형 중 하나로 적(敵)의 수뇌부를 제거하는 작전을 의미한다. 실제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에는 미 해군 특수부대 ‘데브그루(DevGru·네이비실 팀6)’가 참가해 유사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전쟁지도부를 제거하고, 대량살상무기(WMD)를 파괴하는 훈련을 했다.

우리 군도 북한의 전쟁 지휘부를 제거하는 임무를 맡는 특수부대를 창설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지난 1월 4일 ‘2017년 국방부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유사시 평양에 진입해 지도부를 제거하는 특수임무여단을 기존 계획보다 2년 앞당겨 올해 안에 창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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