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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레드라인 탐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미국의 군사적 레드라인(넘어선 안 되는 선)을 가늠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트럼프 정권의 대북 전략 곁눈질 #6차 핵실험 강행 안 한 배경도… #칼빈슨함 떴지만 미사일 발사는 계속 #과시·시위용 아닌 기술 고도화 차원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핵·미사일 능력을 토대로 위기를 부채질하는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미국의 레드라인을 탐색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17일 전했다.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의 폭발을 제압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전략을 시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미국의 레드라인으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기술력은 끌어올리면서 미국을 덜 자극하는 저강도 도발(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을 계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의 38노스가 분석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위성사진. [사진 38노스ㆍ에어 버스&디펜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의 38노스가 분석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 위성사진. [사진 38노스ㆍ에어 버스&디펜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에 새로운 갱도가 포착되는 등 핵실험 사전준비 정황이 포착됐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지 않은 배경도 같은 맥락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한국과 일본 순방길에 나서는 날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미국의 의중을 좀 더 확실히 살피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정권이 북한 김정은 정권 교체까지는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차원이란 것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가족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170416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가족들이 16일 오후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170416

아사히 신문은 펜스 부통령 순방에 동행한 백악관 당국자가 ‘에어포스 투’ 기내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패와 관련해 “미국이 국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17일 전했다.

미국이 칼 빈슨 항공모함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는 등 대북 군사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의 의미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아사히는 “(미국이 실제) 군사행동을 취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9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적은 한반도 비핵화다. 북한 정권 교체는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대내적으로는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지난 15일 군사퍼레이드에 이어 ‘김일성 탄생 105주년(태양절)’을 자축하기 위한 축포용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발사에 실패했다는 점에서 대미 협상용 카드 의도가 더 짙다는 분석이다.

과시용이나 시위용이었다면 발사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시험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과거와 달리 미사일 개발자에 대한 발사 실패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 발사가 단순한 시위가 아니라 기술 향상을 위한 것이란 반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시험발사로 500㎞를 비행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도 열병식에서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북한 매체에 제작 사진이나 비행 사진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실물이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중앙포토]

지난해 8월 시험발사로 500㎞를 비행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도 열병식에서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북한 매체에 제작 사진이나 비행 사진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실물이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중앙포토]

이 때문에 이번에 북한이 쏘아 올린 탄도미사일이 신형일 가능성도 언급된다. 일본 방위성의 한 간부는 닛케이에 “확립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미국의 레드라인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중국도 크게 문제시하지 않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ICBM 개발은 외교적 측면이 강하다”면서 “북한이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군사적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는 주일미군 기지와 괌을 사정권에 둔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하는데 당분간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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