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소설로 경제학 원리 깨우친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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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이론에다 수학이 더해진 경제학이 학생들에게 인기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만일 여러분이 현명한 삶과 성공적인 삶을 원한다면 경제학이 제시하는 원리를 배워둘 충분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실용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정확한 관점을 세우는데 경제학 만큼 체계적인 학문도 드물기 때문이다.

경제학이 다루는 시시콜콜한 전문지식을 제쳐 두고, 먼저 경제의 밑바닥을 흐르는 원리와 원칙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한다면 든든한 '빽'을 갖는 셈이다. 그러면 경제학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소설 속에 경제학 원리를 녹여낸 책을 읽는 것은 어떨까.

조나단 B 와이트의 '애덤 스미스 구하기'는 경제학의 원조인 애덤 스미스의 걸출한 작품인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애덤 스미스의 작품을 읽는 것만으로도 경제의 원리를 이해하는데는 손색이 없지만, 두 권 모두 일반인들이 소화해 내기에는 어려운 것이 흠이다.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필자는 '경제학을 이렇게 재미있게 가르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시카고 일리노이 주립대학의 디어더 맥클로스키 교수 역시 "이런 책들이 좀 더 많이 출간된다면, 경제학은 난해하고 모호한 학문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경제학의 대중화로선 대단히 성공적인 시도임에 틀림이 없다.

이 책은 매우 현대적인 소설이다. 허스트 칼리지에서 강의를 하는 번스 박사는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그가 만난 인물의 이름은 헤럴드 팀스인데 애덤 스미스의 영혼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노인으로, 루마니아 출신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우여곡절 끝에 함께 미국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들의 여행은 시카고를 들러 록키 산맥 주변의 몇몇 사적을 둘러보고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거쳐 샌프란시스코에서 끝이 난다. 여행의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건에 애덤 스미스의 주장이 녹아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사건이나 현상을 본다면 애덤 스미스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할까. 이 한 권의 책에서 경제학의 굵직굵직한 원리들을 대부분 만날 수 있다. 애덤 스미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자유시장, 보이지 않는 손, 이기심, 그리고 경쟁과 같은 단어들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학의 아버지는 시장경제란 정의와 덕성의 배양이 동시에 이뤄질 때 온전하다는 점을 힘주어 강조한 바가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경제의 기본에 해당하는 도덕적 뿌리에 대한 내용은 거의 잊어지고 말았다. 주인공의 입을 빌려보자.

"물질적 풍요가 지속되면 반드시 심각한 심리적, 정신적 문제에 빠지는 사람들이 생기는 법이다. 스미스는 부(富)의 무절제한 추구는 반드시 '부패로 연결되기' 마련이며, 나아가 삶에 궁극적인 의미와 행복을 안겨 주는 핵심 요소까지 앗아간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핵심 요소란 이타적인 참된 감정에 기초한 도덕적 양심을 말한다."

스미스는 내면화된 도덕적 기초가 없다면 경제적 자유나 번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을 일찍부터 강조해 왔다.

소설 속에서 식량의 자급 자족론에 대해 스미스는 "배가 있고 선원이 있는데. 그게 무슨 걱정인가?"라고 물으면서, "운송 수단과 무역로만 확보된다면 누구든 언제든지 식량을 구입할 수 있지."라고 말한다.

주인공 번스 박사는 스미스의 설명에 대해 '교역을 통한 우회 소비 방식'이란 친절한 현대적 설명을 더한다.

행복에 대한 스미스의 견해는 어떤 것일까? 부의 증가는 짧은 시간 안에 적응을 가져오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누구든지 마음의 평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와 권세는 한겨울의 폭풍을 막아주는 게 아니라. 여름의 소나기 정도나 막아주는 것일 뿐이야. 부와 권세는 커지면 커질수록 늘 그만큼 혹은 그 이상의 근심과 두려움, 슬픔, 위험, 죽음 등을 일으키는 법이다."

요컨대 소설이 주는 즐거움을 통해 경제원리를 익힐 수 있는 보기 드문 책이다.

공병호 (공병호 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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