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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어머니'는 北지하벙커 겨냥한 11톤의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비핵무기로는 최고 화력을 지닌 MOAB 폭탄 투하 테스트. [사진 위키미디어]

비핵무기로는 최고 화력을 지닌 MOAB 폭탄 투하 테스트. [사진 위키미디어]

'트럼프가 보낸 11톤의 메시지(11-ton message from Trump)' (CNN 머릿기사 제목)
미국이 13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낭가르하르 주 아친 지구의 한 동굴지대에 11톤의 폭발력을 보유한 GBU-43을 투하했다. GBU-43은 비핵무기로는 최고의 화력 때문에 일명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라 불린다. 반경 500m 안을 일시적 무산소 상태로 만들어 모든 생물을 살상한다, 특히 다른 일반 폭탄에는 끄떡없는 은신처나 지하터널 등에 최대치의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존 니콜슨 아프간 주둔군 사령관은 "전투력 손실이 늘어나면서 벙커나 동굴 등을 활용해 방어력을 높이고 있던 이슬람국가(IS)를 제거하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타깃은 북한이란 분석이 나왔다.

반경 500m 내 모든 생물 죽이는 화력 #북한 핵실험 임박하자 아프간에 투하 #트럼프 "메시지 되든 안 되든 차이없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600~800명 되는 소규모 적을 상대로 초대형 '테러'폭탄을 사용한 것은 다소 과한 면이 있고 전략적 가치도 낮았다"며 "따라서 이번 아프간이란 지역을 이용해 핵폭탄에 버금가는 가공할 초대형 폭탄을 떨어뜨림으로써 북한 등에 격렬한 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NN도 "북한과 시리아에 '너희들의 지하 벙커 시스템에 우리는 이런 무기들을 쏠 수 있다'란 신호(signal)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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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이라크 전 당시 40일 동안 지하 벙커에서 은신 생활을 했다"며 "지하 벙커를 겨냥하는 GBU-43을 이번에 쓴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태양절(15일)을 전후해 6차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도발하면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고강도 경고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실제 GBU-43 투하 3시간 후인 13일 낮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로 봐도 되나"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북한에 대한 메시지가 될 지 안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메시지가 되든 안 되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김정은 정권이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일 지 모르나 미국은 미국대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또 "북한은 문제다. 그 문제는 처리될 것이다"는 말도 했다. 

이와 관련 미 NBC방송은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확신이 있으면 '재래식 무기'를 활용해 선제타격을 할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정보당국자를 인용,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구축함 2척을 한반도 인근에 배치했으며 그 중 한 척은 북한 핵실험 장소인 풍계리에서 300마일(약 483km) 떨어진 곳에 있다"며 "다만 우리는 (선제 예방) 타격을 준비하는 것만으로 더 큰 분쟁을 일으킬 위험이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따라서 먼저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많은 군사옵션이 있다는 점을 알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중국이 상황의 심각성을 얘기하고자 북한에 고위급 핵 협상가들을 파견했다"고 덧붙였다.

이 보도에 대해 미 국방부는 "우리는 미래의 작전을 논하거나, 가능한 시나리오를 공개적으로 추측하지 않는다"며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해군연구소의 켄 가우스 박사는 "(북한이 핵실험을 도발할 경우) 미국이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역대 미 행정부는 북한의 핵 탑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해결하려 노력해 왔다"며 "그리고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그 위기가 가까이 왔다"고 경고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결국 핵심은 북한이 행동을 바꿔야 한다는 데 있다"며 핵실험 도발 등 향후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할 뜻을 밝혔다.

북한의 태양절이 가까워지면서 13일 하루에만 트럼프, CIA 국장, 국방장관이 총동원돼 경고를 날리고 GBU-43 카드까지 등장하는 초긴장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북한의 한성렬 외무성 부상은 14일 평양에서 A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무모한 군사작전을 한다면 우리는 선제타격으로 대응한다"며 "미국이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전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고지도부에서 결심하는 때, 결심하는 장소에서 핵실험이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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