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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사랑하는 개와 이별하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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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죽은 후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을 앓는 중이다. 한 달 전 반려견 코코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기 때문이다. 사실 아직도 코코가 떠났다는 게 실감 나지 않는다. 집 안 어디를 둘러봐도 코코가 보이는 것 같은데, 더 이상 만질 수도, 안아줄 수도 없다는 게 너무 슬프다. 

길에서 비슷한 강아지만 봐도 눈물이 난다. 얼마 전에는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4월 6일 개봉, 야마다 아카네 감독)이란 영화의 제목만 보고도 펑펑 울었다. 우리 코코의 이름을 지어 준 그날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며칠 전,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을 봤다. 감정을 추스르는 게 조금 힘든 상황이라 ‘내가 이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 게 사실. 그러나 영화는 내가 어떤 방법으로 이 슬픔을 추스르고 감정을 정리해야 하는지 큰 깨달음을 줬다. 반려견 나츠를 병으로 떠나보낸 방송국 PD 카나미(고바야시 사토미)는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동물 보호소를 찾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되는 강아지 공장의 개, 주인에게 버려진 개들의 안타까운 현실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들의 생명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치바왕(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유기 동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카나미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버려진 동물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음을 깨닫게 했다.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극 중에서 친구(카미카와 타카야)는 나츠를 잃고 힘들어하는 카나미에게 “(나츠는) 네가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 준 게 무엇보다 기쁘고 행복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한다. 이 말은 내게도 큰 위로가 됐다. 내게 늘 기쁨이고 행복이었던 코코도 나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행복했으리라 믿는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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