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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⑪하룻밤 60달러 크루즈 알고보니 통통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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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크루즈, 아니 통통배.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크루즈, 아니 통통배.

그런데 싼 게 비지떡이었던 걸까요. 하롱베이에 도착한 저희를 기다리고 있던 건 크루즈라는 이름이 무색한 웬 통통배였어요. 다른 여행자들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불만이 속출했어요. 더 큰 문제는, 다른 여행자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이 통통배에 탔다는 사실이에요. 하롱베이에서 여행자 상대의 사기행위가 많다고 들었는데 직접 목격하니 저희도 당황스러웠어요. 사실 저희는 1박2일 배에서 밥도 주고 잠도 잘 수 있고 카약도 탈 수 있으니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옆에서 싸움판이 벌어지니 맘 놓고 웃지도 못하고 입만 꾹 다물고 있었죠. 한참의 실랑이 끝에 다들 사기당한 금액을 환불받기로 했고 드디어 배에도 평화가 찾아왔어요.

평화로운 하롱베이 크루즈.

평화로운 하롱베이 크루즈.

시설은 낡았지만 그래도 창밖으로 보이는 수많은 석회암 절벽들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이래서 하롱베이 하롱베이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하롱베이 크루즈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액티비티는 카야킹이에요. 하롱베이에는 침식으로 생긴 동굴이 많은데 카약을 타면 이 동굴 사이사이를 누비고 다닐 수 있어요. 처음엔 조금 무서웠지만, 막상 동굴에 들어갔다 나오니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카약 타고 동굴 체험

카약 타고 동굴 체험
그런데 1박 2일 크루즈의 단점은 하롱베이를 구석구석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거에요. 좋은 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탄 배는 식사 시간에만 조금씩 움직이더라고요.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서일까요. 계속 같은 곳만 맴도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1박 2일 크루즈를 하면 대부분 깟바 섬(Cat Ba Island)의 북쪽을 크루징하게 돼요.  

깟바 섬 선착장.

깟바 섬 선착장.

깟바 섬은 하롱베이 남쪽에 위치한 베트남 북부 최대 섬으로, 섬의 절반 이상이 국립공원이기도 한 아름다운 섬이에요. 깟바 섬을 둘러싸고 카르스트 지형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가장 북쪽 부분을 하롱베이라고 하고, 하롱베이의 남동쪽 섬들을 란하베이라고 해요. 란하베이는 하롱베이보다 관광객도 적고 섬들의 모양도 더 이색적이라, 베트남에서는 ‘숨겨진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곳이에요. 하롱베이와 란하베이 두 곳 다 다녀온 여행자들은 란하베이를 더 추천하더라고요.  

저희도 크루즈에서 느낀 아쉬움을 덜고자 깟바 섬에서 내려서 란하베이로 향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큰 배가 아닌 조그마한 저희만의 개인 보트를 빌려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개인 보트라고 해봐야 뗏목에 모터만 달아 놓은 수준인 나무배이지만요.

우리만의 프라이빗 보트.

우리만의 프라이빗 보트.

2만원 정도에 배를 대여해서 깟바 섬의 벤베오 선착장(Ben Beo)을 떠났어요. 발로 방향키를 움직여 방향을 조절하는 작은 배인데, 중간에 선장아저씨가 저희에게 운전을 맡기기도 했어요. 어렵지도 않고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이 보트의 가장 큰 단점은 모터 소리가 너무도 시끄럽다는 거에요. 종일 타고나면 배에서 내려도 귀에서 모터 소리가 계속 윙윙거린답니다.

발로 노젓기.

발로 노젓기.

란하베이는 우리 같은 여행자들에게는 멋진 여행지이지만 현지인들의 중요한 삶의 터전이기도 해요. 깟바 섬 앞바다에는 수상가옥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요. 말그대로 사람들이 바다위에 둥둥 떠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죠.  

란하베이의 수상가옥.

란하베이의 수상가옥.

바다 위에서 개도 살고, 집 앞에는 작은 뜰도 있고, 심지어 슈퍼마켓도 있더라고요. 수많은 섬이 파도를 막아주는 이 잔잔한 바다 위에 터전을 잡고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과 어우러져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저희는 하루만 배 위에서 지내도 땅이 그리웠는데 평생을 바다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니 대단해 보였어요.


란하베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몽키아일랜드(Monkey Island)였어요. 몽키아일랜드에는 이름 그대로 원숭이가 많이 살고 있어요. 깟바 섬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갈 수 있어서 인기있는 여행지이기도 해요. 선착장에 도착하니 해변에서 원숭이들이 저희를 반겨줬어요. 귀엽다고 원숭이를 만지려고 하다간 물릴 수도 있어요. 녀석들은 성격이 고약해서 음식을 안주거나 놀리면 바로 공격하더라고요. 그것도 모르고 친한 척 했다가 깜짝 놀라서 도망갔어요.

해변을 거닐고 있는 원숭이.

해변을 거닐고 있는 원숭이.

그리고 몽키아일랜드에서는 간단한 하이킹을 할 수 있어요. 언덕을 20분 정도 오르면 360도 펼쳐진 란하베이와 섬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어요. 언덕 상단부의 바위들이 매우 뾰족뾰족해서 샌들 신고 오르기는 까다롭더라고요. 사실 언덕중간까지만 올라가도 전경을 내려다 볼 수 있으니 중간까지만 올라가도 좋을 것 같아요.

몽키아일랜드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몽키아일랜드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

저희가 여행할 때는 운좋게 비수기라서 깟바 섬 전체가 조용했어요. 방값도 1만원 이하로 저렴하고 깟바섬의 한 해변에 갔더니 아무도 없어서 저희만의 해변을 가진 기분이었어요. 비록 추워서 바다 속에 들어가진 못했지만요. 따뜻한 성수기도 좋지만 조용한 하롱베이 여행을 원하면 비수기의 깟바 섬 여행을 추천해요.

조용한 깟바 섬 해변.

조용한 깟바 섬 해변.

저희부부의 하롱베이&란하베이 여행은 여기까지에요. 다음 여행지는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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