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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별 6개 비결? 소스에 달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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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파리와 두바이·베이징·타이베이 등에 이어 서울에서 레스토랑을 연 알레노 셰프. [사진 시그니엘 서울]

파리와 두바이·베이징·타이베이 등에 이어 서울에서 레스토랑을 연 알레노 셰프. [사진 시그니엘 서울]

“프랑스에서는 미쉐린(미슐랭) 별을 따기 위한 경쟁이 정말 치열하죠. 한국도 곧 그렇게 될 겁니다.”

서울에 레스토랑 연 스타 셰프 알레노 #“소스는 언어로 치면 동사 같아” #가장 좋아하는 한식은 비빔밥

지난 3일 개관한 6성급 호텔 ‘시그니엘 서울’의 식음료 총괄 감독 야닉 알레노(49 ) 셰프의 얘기다. 그는 “셰프들의 경쟁이 미식 수준을 높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알레노 셰프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스타 셰프로 2014년 미쉐린 가이드 파리편에서 ‘파비옹 르드와앵 ’으로 별 3개를 받은 데 이어 2017년엔 ‘르 1947’로 별 3개를 더 받았다. 파리뿐 아니라 프랑스 쿠르셰벨과 생트로페, 두바이·베이징·타이베이 등 세계 곳곳에서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손맛 좋은 할머니와 파리 인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한 부모님의 영향으로 16세에 요리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벌써 30년 넘게 주방을 지킨 그는 요리를 예술작품에 비유했다. 그는 “작가가 와인을 마시고 거리를 걷는 매 순간순간 작품에 대한 영감을 받듯 나도 일상 곳곳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했다.

별 1개도 힘들다는 미쉐린 스타를 6개나 받는 비결은 뭘까. 스스로는 소스를 꼽았다. 그는 “소스는 언어로 치면 동사”라고 비유했다. 다양한 식재료가 제 역할을 하고 맛을 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양파·당근 등 식재료가 제 맛과 영양을 유지하는 온도에서 각각 원액을 추출, 냉동 보관해 사용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알레노는 “모든 재료를 다 같이 냄비에 넣고 끓이면 맛이 섞이고 영양소가 파괴된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미적 감각과 미각을 지닌 그가 좋아하는 한식은 뜻밖에 비빔밥이다. 비빔밥에 얽힌 웃지못할 추억도 있다. 2015년 오랜 지인인 이우환 작가가 가족과 함께 그의 레스토랑 파비옹 르드와앵을 찾았다. 알레노 셰프는 환대의 표시로 비빔밥을 내놨다. 그런데 함께 식사한 가족을 먼저 보낸 후 이 작가는 알레노 셰프에게 “이건 비빔밥이 아니다”고 혹평했다. 이 작가는 “다음날 한·프랑스 정상회담 만찬 자리에 나오는 비빔밥을 먹어보라”고 말하고는 레스토랑을 떠났다. 다음날 맛본 비빔밥은 놀라운 맛이었고 그제서야 이 작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시그니엘 서울에 프렌치 레스토랑 ‘스테이(STAY)’를 열며 미쉐린 ‘별 2개’를 목표로 정했다. 파리에서 이미 별 3개짜리 레스토랑 2곳을 운영하는 그가 소박한 목표를 세운 이유가 뭘까. 스테이가 무거운 느낌의 파인다이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품은 2만원대 중반부터, 점심 코스는 5만8000원부터, 저녁은 9만8000원부터다. 그는 “프랑스 요리는 오래 걸리고 비싸다는 이미지가 강한데 스테이는 젊고 활기찬 분위기로 합리적인 가격의 요리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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