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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업계, 배터리 오래 쓰는 기술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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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KT는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LTE스마트폰의 배터리 사용시간을 최대 45% 늘린 기술을 12일 서울 광화문 KT 빌딩에서 공개했다. [전민규 기자]

KT는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LTE스마트폰의 배터리 사용시간을 최대 45% 늘린 기술을 12일 서울 광화문 KT 빌딩에서 공개했다. [전민규 기자]

‘배터리 오래 쓰는 기술’을 놓고 이동통신사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목표는 분명하다. 갤럭시S8 출시를 앞두고 고객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KT “절감기술 전국망 첫 적용 #사용 시간 최고 45%까지 연장” #SKT “작년부터 이미 서비스 중” #LG는 “품질 고려해 적용 보류”

포문은 KT가 먼저 열었다. KT는 1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롱텀에볼루션(LTE) 전국망에 배터리 절감 기술(CDRX)을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은 “CDRX를 적용하면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시간을 35~45%까지 늘릴 수 있다”며 “CDRX를 전국망에 적용한 것은 KT가 국내 최초”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은 기지국과 데이터를 주고받지 않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신호를 교신하면서 배터리 전력을 소모한다. CDRX는 데이터가 오가지 않는 순간에는 ‘비통신 모드’로 전환해 전력 소모를 절감하는 기술이다. 자동차로 치면 신호 대기 중에는 엔진을 끄는 ‘ISG(Idle Stop&Go) 기술’과 유사하다.

KT는 이날 배터리 절감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와 함께 진행한 시험 결과서도 공개했다. 결과에 따르면 갤럭시S7으로 유튜브 동영상을 연속 재생한 경우, CDRX 기술 적용 전에는 배터리 완전 방전까지 9시간 57분∼10시간 36분이 걸렸다. 하지만 기술 적용 후에는 14시간 13분∼14시간 24분으로 사용 시간이 늘어났다. 최대 45%가량 사용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갤럭시S7 엣지의 경우에도 사용 시간이 30∼43% 늘어났다.

KT 측은 “지난 1일부터 이 기술을 전국 LTE망에 적용하고 있다”며 “KT 가입자라면 애플리케이션이나 펌웨어를 업데이트하지 않고도 배터리를 오래 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통사가 이런 기술 개발에 나선 건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기술이 다양해지고 작업 수행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배터리 기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79.9%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62.8%는 배터리 부족 및 방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강국현 부문장은 “최근 3년간 1인당 LTE 데이터 트래픽이 260%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번 KT의 배터리 절감 기술 전국망 적용은 스마트폰을 더 오래 이용하고 싶은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발표에 다른 이통사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당 기술은 통신 3사가 모두 보유하고 있으나 통화품질 문제가 있어 제한적으로 적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데이터가 전송돼 와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장시간 통화 중에 스마트폰을 미사용중으로 인식해 기지국과의 교신을 끊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SKT는 해당 기술을 2016년 5월 전국에 구축했고, 수도권 등 주요 지역에 서비스 해왔다”고 밝혔다.

또 LG유플러스는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미사용시 걸려온 통화를 놓치는 등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품질 이슈가 있다”면서 “서비스 품질을 더 중요한 고객 가치로 판단해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KT 측은 “해당 기능을 껐다 켰다 하는 정도는 어느 통신 사업자나 할 수 있지만 KT는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는 단점을 2년 간의 개발을 통해 보완했다”고 반박했다. 이통사 간의 때 아닌 ‘배터리 오래 쓰기’ 논쟁은 갤럭시S8의 인기와 무관치 않다. 갤럭시S8은 출시 이후 나흘 만에 국내에서만 62만대가 사전 예약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안면·홍채 인식에 인공지능(AI) ‘빅스비’ 등 다양한 기능이 장착되면서 실제 제품이 출시됐을때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졌다. 더구나 갤럭시노트7 폭발 사고 이후 배터리를 안전하게 오래 쓰는데 대한 소비자 욕구도 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보기술(IT) 전문가는 “이통사들은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 초기에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펼쳐 고객을 확보해놔야 향후 수년간 수익이 보장된다”며 “KT가 CDRX 기술 적용을 전격 공개한 것은 배터리 장시간 사용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앞세워 경쟁사와 차별화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별 기자 ahn.by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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