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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적 재정정책 예고한 문재인...문제는 재원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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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발표한 ‘제이(J)노믹스’의 핵심은 재정 확대다. 정부가 지난해 짠 ‘2016~2020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정부의 재정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3.5%다. 이를 두배인 7%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4차 산업 등 핵심 10대 분야에 나랏돈을 더 써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도 살리겠다는 얘기다. 집권하자마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고도 했다. 

문 후보의 경제 브레인으로 꼽히는 김광두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 남아 있는 정책 수단은 재정”이라고 말했다. 거시 경제정책의 두 축인 재정ㆍ통화 중 통화 정책의 운신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로 사상 최저 수준인 가운데 미국의 금리 인상,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금리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기준금리를 더 내리기는 어렵다”라며 “경기 회복의 기운을 더하고 고용을 회복하려면 추경을 포함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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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나라 곳간 사정이다. 정부 계획대로만 재정 지출을 늘려도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40%를 넘는다. 이런 지출 구조가 이어지면 이 비율은 2060년 62%로 올라간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여기에 세출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이 비율은 90%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재정 증가폭 3.5% 에서 7%로 확대하고 #집권하자마자 추경 편성하겠다고 밝혀 #일부 전문가, "재정 건전성 나빠질 수 있어" #빚 내기 부담스러워 증세론 점화 가능성

 문 후보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400조5000억원인 예산은 2020년에 490조6300억원 수준까지 늘어난다. 정부 계획상 2020년 예산 규모는 443조원이다. 다른 재원 조달 방안 없이 지출 증가율을 늘리면 국가 빚 규모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문 후보 측은 재정 충당 대책으로 ▶5년간 세수 자연 증가분 50조원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정책자금 활용 확대 등을 들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국가 재정이 지출 증가율 7%를 떠받칠 만큼 안정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현재 세수 상황이 좋다고 하지만 최근 몇년간 세수가 부진한 데 따른 것으로 바닥을 찍고 올라온 수준으로 봐야 한다”며 “대기업 감면 혜택을 줄여 법인세 실효세율을 조정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대기업 세금 혜택은 상당히 줄여 조정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도 정부와 정치권은 연구개발(R&D) 공제세율, 신성장기술 사업화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줄이는 등 기업에 대한 법인세 혜택을 줄이고 있는 추세다.


결국 이런 공약을 지키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국가 채무는 큰 폭으로 늘어났고 담뱃세 인상과 같은 사실상의 증세만 이뤄졌다”며 “증세없이 공약 이행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도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국민 동의하에’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증세를 논의할 만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해 국회에서 빚어졌던 법인세율 인상 논쟁이 재차 불붙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경기 회복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은 결국 기업”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를 비롯해 주요 각국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고 규제를 푸는 상황에서 한국만 반대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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