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안 합의 진통, 대우조선 결국 법정관리 들어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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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와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이 채무조정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대우조선은 즉각 초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에 들어간다.

국민연금, 일부 회사채 상환 요구 #산은 측 “고통분담 필요” 불가 입장 #17일 통과 못하면 즉각 조치 시작

10일 산은 여의도 본점에서 대우조선 회사채를 보유한 기관투자가 32곳을 상대로 한 채무조정안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산은에 따르면 실제로는 30개 기관의 50여 명이 설명회에 참석했다. 국민연금에선 강면욱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아닌 실무자들이 나왔다. 설명회 이후 열린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산은 측은 “국민연금 등 일부 회사채 투자자들이 요구한 산은의 추가 감자(減資)와 일부 회사채 우선 상환 등의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부문 부행장은 “(국민연금의 요구는) 21일 만기 회사채에 대한 우선 상환을 하고 채무조정안을 다시 논의해 보겠다는 것인데 회사(대우조선) 안에 상환 자금이 남아있지도 않다. 설령 남았더라도 상환은 어렵다”고 말했다. 채무재조정은 투자의 관점이 아니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산은의 입장이다. 정 부행장은 “오늘(10일) 공문을 통해 (국민연금 측에)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국민연금이 이후 추가 면담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응할 수 있지만,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지난 9일 산은에 ▶21일에 만기가 오는 회사채의 일부 상환 또는 산은의 상환 보증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산은의 추가 감자 ▶형평성을 고려한 출자전환 비율과 전환 가액 조정 등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산은이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국민연금은 사채권자 집회에서 ‘반대’를 행사할 가능성이 컸다. 국민연금은 이날 산은의 공식 답변을 받아, 이르면 11일 늦어도 12일 사채권자 집회 전 마지막 투자위원회를 열고 회사채 채무조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한다. 익명을 원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처음부터 ‘기권’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사채권자 집회에 참석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6-1의 경우 국민연금이 전체 4400억원 중 1900억원을 들고 있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전체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집회에 참석해,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또 전체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집회 참석해 반대표를 행사하면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

5차례의 집회 중 단 한차례라도 통과되지 못하면 정부와 산은 등은 즉각 P플랜에 들어간다. 정 부행장은 “정부와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기 때문에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조정안이 부결되면 21일 전후해서 즉각 P플랜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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