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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국의 27일 북폭설, 사실은 일본 블로그 주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인터넷에서 ‘27일 북폭설’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처음엔 인터넷 게시판을 중심으로 유포되더니 이제는 소셜미디어(SNS)와 메신저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이달 하순 미국행 #"장수 없이는 전쟁 치르지 않는 법"

그 내용은 이렇다. 미국이 27일 북한을 폭격할 예정이며, 중국이 이를 묵인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이 이를 보도했다는 설명도 있다.

지난달 15일 27일 북폭설을 처음 보도한 일본의 재팬 비즈 기사. [화면 캡처]

지난달 15일 27일 북폭설을 처음 보도한 일본의 재팬 비즈 기사. [화면 캡처]

27일 북폭설을 처음 보도한 일본 언론을 기자가 찾아봤다. 첫 보도를 한 언론사는 재팬 비즈(japan-biz.com)라는 일본의 온라인 매체다. 재팬 비즈는 지난달 15일 ‘미군의 북조선(북한) 공폭(폭격)은 4월 27일 목요일일까(米軍の北朝鮮空爆は、2017年4月27日(木)か)’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이 기사는 지난 7일 일부 내용이 수정됐다.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전 북한을 공격할 방침이다.
1991년 미군은 걸프전 당시 달빛이 없는 날 공습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3~4월은 3월 28일과 4월 27일 초승달이 뜨는 날이다. 가장 어두운 날이라는 뜻이다.
한ㆍ미 연합 군사훈련인 독수리 훈련은 4월말 끝난다. 한국의 대선은 5월 9일이며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를 반대할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미군은 대선 전 공습을 할 것이다. 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를 논의할 것이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신빙성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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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팬 비즈라는 사이트의 정보를 찾아보니 개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성 매체로 보인다. 이 사이트는 2015년 10월 개설됐다. 사이트 등록과 서버 관리는 외부 업체가 대행하고 있다. 사이트 대문엔 ‘경제부터 관광정보까지 분석’이라고 써 있다.

이 사이트는 국제정세, 항공마일리지, 신용카드, 경제, 스마트폰ㆍ디지털, 블로그 운영 등 세부 항목을 두고 있다. 콘텐트의 대부분은 운영자가 직접 취재하기 보다는 인터넷 여기저기서 긁어 온 정보를 정리한 듯 보였다. 그래서인지 정보의 출처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게 많았다.

해당 기사에서도 말미엔 “미군이 북한을 공격하면 한국과 일본에 수십만 명의 희생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공격을 포기할 수 있다”고도 적혀 있지만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분석했는지 밝히진 않았다.

군 관계자도 재팬 비즈의 전망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사진 미 공군]

미국의 대표적인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사진 미 공군]

군 관계자는 “최근 미군의 스텔스 전투기는 어두운 밤을 작전개시 날짜로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북한은 방공망이 발달했고, 산악지형이 많기 때문에 미국이 공습을 해도 전투기보다는 크루즈(순항)미사일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해군의 전함 미주리함(BB-63)이 토마호크 크루즈(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시설을 타격할 경우 이 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 미 해군]

미 해군의 전함 미주리함(BB-63)이 토마호크 크루즈(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시설을 타격할 경우 이 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 미 해군]

또 지난 5~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미ㆍ중 정상회담에선 미국의 북한 폭격에 대한 합의는커녕 논의조차 없었다. 다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미국 방송에 나와 당시 회담에서 중국은 북한에 대해 행동을 취해야하는 미국의 의견에 동의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칼빈슨함 전개 등 미국이 한반도 인근에 전력을 증강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한반도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북한의 전략적 도발, 특히 핵실험이라든가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차원에서 이해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일본인 비전문가의 개인 의견에 한국 사회가 흔들린 셈이다.

◇주한미군사령관 이달 하순 자리를 비울 예정=주한미군 관계자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ㆍ미연합사령관이 이달 하순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한다”며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 등 각종 청문회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 의회는 군사ㆍ외교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며 “매년 3~4월 주요 지휘관을 청문회에 불러 의견을 듣고 정책을 수립하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미국에서 최소 열흘을 머물 예정이다. 브룩스 사령관의 상관인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도 비슷한 시기에 의회 청문회에 출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ㆍ미연합사령관.  [사진 미 육군]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ㆍ미연합사령관. [사진 미 육군]

브룩스 사령관은 유사시 한ㆍ미 연합군에 대한 작전권을 행사하며 미 본토와 일본, 괌으로부터 오는 증원 병력을 지휘한다. 또 유엔군 사령관으로서 전력 제공국이 보낸 병력을 휘하에 둔다.

군 관계자는 “브룩스 사령관은 한반도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워싱턴 출장을 취소할 것”이라면서도 “장수가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전쟁을 치르지 않는 법”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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