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이 남북 여자축구 대신 버섯공장 갔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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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나올까. 역시나 안 나올까.  

김정은 새 꿈은 '버섯 공장 건설' #노동신문 8일자에 '인생샷' 도배

후자였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사상 처음으로 열린 남북 여자 축구 경기장엔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사상 첫 남북 여자 축구 대결에 스포츠광인 김정은 위원장이 나타날지 여부가 주목됐지만 역시나,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김정은이 워낙 스포츠광인 터라 통일부 당국자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봤다고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가 이 경기 다음 날인 지난 8일자에 공개한 김정은의 방문지는? 다름 아닌...

버.섯.공.장

2017년 4월8일자 노동신문

2017년 4월8일자 노동신문

노동신문은 언제나 그렇듯, 김정은의 이름 석자는 볼드로 처리하며, 김정은의 온갖 ‘인생샷’을 2개면에 도배하다시피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김정은의 표정도 다양하다. 버섯 균종으로 보이는 것을 가까이 들여다보거나, 공장의 설비에 만족하는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자신이 주민의 생활을 걱정하는 지도자임을 보여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2017년 4월8일자 노동신문

2017년 4월8일자 노동신문

2017년 4월8일자 노동신문

2017년 4월8일자 노동신문

2017년 4월8일자 노동신문

2017년 4월8일자 노동신문

이를 두고 일부 국내 언론은 이렇게 보도했다. “김정은이 한국과 북한의 여자 축구 경기장을 찾는 대신 버섯 공장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게 팩트인지 체크해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렇다. 팩트일 수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왜? 김정은 체제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북한엔 언론다운 언론은 없다. 모든 매체는 북한 당국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철저한 통제와 관리를 하려다 보니, 발생 사건을 보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신속성이 아닌 체제 목적 부합성이다. 쉽게 말해, 김정은 맘에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려면 빨리 내는 것보단 윗선의 마음에 들도록 시간이 들더라도 지면을 꾸며야 한다. 김정은이 버섯 공장을 찾아 “북한을 버섯 왕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을 했다고 하니 더더욱 공을 들일 수 밖에 없었을 터.

그렇기에 김정은이 버섯공장을 찾은 건 신문이 나오기 전날인 7일이라기 보다는 그 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물론 7일일 가능성도 배제는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대부분 거짓.

혹시 이의가 있다면 북한 당국은 아래 e메일 주소로 연락하길 바란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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