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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특기자도 내신 나쁘면 대학 못 가…'제2의 정유라' 막는다

중앙일보

입력

앞으로 김연아ㆍ박태환처럼 뛰어난 선수라도 학업에 소홀하면 대학에 들어가기 어려워진다. 대학 체육특기자 입시에 학생부 교과성적(내신)이 필수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 초ㆍ중ㆍ고교에서도 학력이 지나치게 뒤떨어지면 대회에 출전할 수 없어 학생 선수들은 출전을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 한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대한민국 선수단. 체육특기자제도는 우리나라가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바탕이 됐지만 학사관리 부실과 입시 비리, 무분별한 대회 출전 허용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교육부는 체육특기자에게 최저학력을 의무화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9일 발표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대한민국 선수단.체육특기자제도는 우리나라가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바탕이 됐지만 학사관리 부실과 입시 비리, 무분별한 대회 출전 허용 등으로 비판받고 있다. 교육부는 체육특기자에게 최저학력을 의무화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9일 발표했다. [중앙포토]

교육부는 9일 체육특기자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최순실씨 딸인 정유라씨가 체육특기자로 이화여대에 입학하고 재학하면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단지 정유라 사태에 대한 대책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엘리트 중심의 학생 선수 양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체육특기자의 학사와 입시 등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현재 고교 1학년이 대입을 치를 2020학년도부터 특기자전형에서는 학생부 내신과 출석이 의무 반영된다. 현재도 전체 대학의 64%가 학생부를 반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제출 서류의 하나로 포함시키는 정도라 실제 내신 성적이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반영되는지는 알 수 없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내신 성적 반영의 기준을 반드시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출석도 현재는 반영하는 대학이 25%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대학에서 반영하게 된다. 또 정유라씨의 입시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면접ㆍ실기평가 심사위원에는 반드시 타 대학 교수 등 외부위원을 포함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학의 수업 관리도 깐깐해진다. 대회 출전이나 훈련으로 수업에 빠져도 무사히 졸업하는 관행을 막기 위해 출석으로 인정하는 공결은 전체 수업의 절반만 인정한다. 또 재학 중에 프로에 입단할 경우에는 체육특기자로 우대하지 않고 일반 학생과 동일한 출석과 성적 기준을 적용한다. 신익현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학생 선수는 선수 이전에 학생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학업을 하지 않으면 대학 진학과 졸업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ㆍ중ㆍ고교 학생 선수도 학업이 중요해진다.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전국ㆍ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행 학교체육진흥법에는 최저학력에 미달하면 “필요한 경우 경기 출전을 제한할 수 있다”고 돼있지만 교육부는 이 조항을 “출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강제사항으로 개정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최저학력기준은 초등학교 기준으로 학년 평균점수의 50%다. 예컨대 수학 기말고사의 학년 평균점수가 70점이라면 35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이 기준이 중학교는 40%, 고등학교는 30%로 완화되지만 지난해 최저학력에 미달한 중ㆍ고교 체육특기자는 3만6106명 중 30%(1만989명)나 됐다. 또 현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1학년도 고교 입시부터는 고교 체육특기자도 내신 성적을 의무적으로 반영해 선발한다.

초중고에서는 내년부터 대회 출전이나 훈련으로 인한 출석 인정 결석을 전체 수업의 3분의 1까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출석 인정을 받으려면 반드시 사전에 각 학교 학업성적관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학생 선수가 결석할 경우에는 1일 결석당 3시간의 온라인 수업을 받도록 했다. 또 법을 개정해 학생 선수를 위한 진로교육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김석권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장은 “초중고 축구선수, 야구선수 중 프로로 진출하는 비율은 3~4%에 불과하다. 운동만 한 학생들이 다른 길도 찾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학습과 진로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육특기자 제도 개선 방안

※자료:교육부

※자료:교육부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방안은 1972년부터 45년간 이어온 체육특기자제도의 방향 선회를 의미한다. 운동만 잘 하면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까지 갈 수 있도록 한 제도에 수업 참여와 학력을 조건으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이번 개선안에는 대입 조건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최저 성적 기준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향후 추가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선안 마련 과정에서 수능 7~8등급을 넘어야 한다는 조건도 논의했다. 앞으로 체육계, 대학 등과의 논의를 거쳐 포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체육계에서도 선수에게 학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동의한다. 손증철 대한체육회 학교생활체육본부장은 “최저학력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보고 각 경기단체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종목과 학교에 동일하게 적용할 것인지, ‘최저’의 기준을 어느 정도로 정할 것인지는 정부와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선안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전익기 경희대 체육대학장은 “학생 선수에게 학력을 강조하면 LPGA 여자 골프와 같은 세계적 성과가 줄어들 수 있다. 또 사실상 순수한 아마추어 문화가 없는 우리나라에선 최고 수준 선수들이 운동을 위해 아예 학교를 이탈해버릴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전 학장은 “선수들에게 일반 학생과 동일한 과목, 교육내용을 가르치고 성적을 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선수들이 사회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교육과정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체육특기자제도 개선방안 발표 #대입 체육특기자전형에 학생부 내신 성적 의무 반영 #초중고교 최저학력 미달 학생은 대회 출전 금지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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