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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의도 벚꽃축제엔 왜 벚꽃이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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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영등포구청이 매년 4월 주최하는 여의도 봄꽃축제(일명 '윤중로 벚꽃 축제')가 올해로 13회째를 맞았다. 지난 1일 시작된 이번 축제는 9일 끝난다. 어제쯤이면 당연히 벚꽃이 만개하고 축제 분위기가 절정에 다다르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윤중로는 한산했다. 간간이 가족·연인끼리 왔다가 초입의 기념 꽃탑 아래서 사진 한 장 찍고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이 보였다. 잘 익은 팝콘 같은 벚꽃의 화사함은 찾기 어려웠다. 10그루에 1그루 정도만 꽃이 피었고 대부분 봉오리 상태였다.

이 같은 벚꽃 축제의 낭패는 주최 측인 영등포구청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동안 벚꽃 축제 기간은 개화일과 연동해 왔다. 정확한 개화일 예측이 중요하다. 올해 K웨더 등 민간 기상업체들은 4월 5~6일을 개화일로 예측했다. 그러나 영등포구청은 "지난 몇 년 동안 고온 때문에 예보일보다 개화가 빨랐다"는 자체 판단을 기준으로 4월 1일 개막을 결정했다. 지난해 민간 업체들이 4월 6일 개화를 예측하고 구청이 이를 근거로 벚꽃축제를 4월 5일 개막했다가 4월 2일 개화하는 바람에 비판을 받았던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개화일 예측이 정확했던 게 화근이 됐다. 민간업체 측에서 "구청에선 우리를 못 믿고 축제 시기를 앞당겼다는데 예보가 맞아서 우리는 다행"이라고 했다니 이런 코미디가 또 있을까.


더 기가 막힌 것은 개화일 예측발표는 원래 기상청이 담당해오다가 2016년부터 민간업체들에 이관했다는 점이다. 이관 배경도 예보의 부정확성에 대한 비판 때문이었다고 하니 웃음조차 안 나온다. 2015년 기상청은 4월 9일 개화를 예측, 영등포구청은 4월 10일에 벚꽃축제를 개막했다. 그러나 실제 개화일은 4월 5일이라서 정작 개화일엔 벚꽃이 거의 지고 말아 원성을 샀다고 한다. "계속 틀려서 욕을 먹으니 발표 책임을 포기한 것"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외에도 기상청은 숱하게 틀린 예보를 내놔 '오보청'이라는 오명도 듣고 있다. 기상청과 민간 업체들은 이번 해프닝을 정확한 예보 시스템 구축과 전문가 양성에 매진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더 이상 새 봄맞이의 상징인 벚꽃 축제가 벚꽃 없는 축제가 돼 시민들의 봄 기쁨을 앗아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