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문재인·안철수, 가열차게 검증하고 정성껏 답변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1997년엔 아들의 병역기피 논란으로, 2002년엔 병역기피 ‘은폐’ 논란으로 낙마했다. 이처럼 사실 자체보다 사실 이후의 처신이나 태도 때문에 순식간에 국민 신뢰를 잃는 정치인은 수도 없이 많다.

지금 문재인 민주당 후보도 그런 위기에 처했다. 문 후보는 청렴·도덕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인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사돈의 ‘음주사고 처리’ 의혹과, 2006년 아들 준용씨의 ‘황제 채용’ 논란에서 이회창씨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부산 사람들은 이런 걸 보면 ‘마 고마해!’라고 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고용정보원은 입사시험 딱 하루 전, 딱 한 매체에만 날치기 채용공고를 내고 준용씨를 포함해 2명의 지원을 받아 2명 모두 채용했다. 문 후보는 누가 봐도 이상한 이 의문에 정성스럽게 답해야 했다.

노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씨 음주사건의 경우 어제 문화일보가 “당시 이호철 민정1비서관이 ‘대통령이 힘들어지니 이번만 덮고 가자’고 청와대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문 후보 측은 “일반적 동향보고라 민정수석에겐 보고되지 않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이호철 민정비서관이 그토록 고뇌했던 민감한 사건이 어째서 ‘일반적 동향’인지, 문 후보는 ‘몰랐다’고 해명하면 그만인 것인지 의문은 오히려 확산될 뿐이다. 이제라도 문 후보가 아들 준용씨와 이호철씨를 좌우에 데리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국민적 의혹을 풀어 주기 바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겐 광주 경선 때 렌터카로 선거인단을 투표장으로 실어날랐다는 의혹이 선관위에 의해 제기됐다. 또 문재인 캠프의 박광온 공보단장은 “안 후보가 전주에서 찍은 기념사진 중에 조직폭력배와 관련된 인사가 있다”고 비난했다. 안 후보는 “제가 조폭이랑 관련이 있겠느냐”고 선을 그었지만 성실한 답변이 필요한 대목이다. 문·안 캠프는 상대방을 향해 “본격 검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짧은 대선 기간 동안이라도 서로 가열차게 검증하고 정성껏 대답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