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반대...복지부, 올해는 서울시 청년수당에 '동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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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서울시청 서울도서관 외벽에 내걸린 청년수당 관련 현수막. 지난해 청년수당 사업 추진을 놓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는 대립각을 세웠다. [중앙포토]

지난해에 서울시청 서울도서관 외벽에 내걸린 청년수당 관련 현수막. 지난해 청년수당 사업 추진을 놓고 서울시와 보건복지부는 대립각을 세웠다. [중앙포토]

보건복지부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청년수당' 사업에 '동의'했다. 지난해는 '반대'였는데 "사업내용이  보완됐다"며 1년 새 입장이 바뀌었다.


복지부는 7일 '서울시 2017년도 청년수당 사업'에 대해 서울시에 '최종 동의' 의견을 통보했다. 서울시의 올해 청년수당 사업은 서울에 사는  만 19~34세 미취업 청년 중 5000명을 선발해 매월 50만원의 현금 급여를 최대 6개월까지 지급하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이 사업에 대한 협의를 지난 1월 복지부에 요청했다.


그간 복지부와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업을 놓고 대립했다. 2013년 시행된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복지부 장관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 이 법에 따라 서울시는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지난해 3월 복지부에 '청년수당 시범사업안'에 대한 협의를 처음 요청했다.

청년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부산의 한 대학교. 좋은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청년들로 붐비고 있다. [중앙포토]

청년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 부산의 한 대학교. 좋은 일자리를 알아보려는 청년들로 붐비고 있다. [중앙포토]

하지만 지난해 복지부는 ^대상자 기준의 객관성 확보 ^급여 지출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 마련 등 복지부의 핵심 보완 요구를 서울시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를 근거로 '무분별한 현금 지급'에 그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6월 말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미취업 청년 5000명 선발해 매월 50만원 지급 #서울시 지난해 협의 요청엔 복지부 '부동의' 결정 #올해는 소득기준 명시, 모니터링 강화 등 보완 #서울과 비슷한 경기ㆍ경북 사업도 '동의' 통보

지난해는 직권취소, 대법원 제소 등 대립
그러자 서울시는 8월 초 청년 3000명에게 활동비를 지급하며 이 사업을 강행했다. 복지부는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업'이라며 다음날 직권취소 결정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서울시 입장을 반박하는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서울시는 직권취소 결정에 반발해 대법원에 제소하는 등 '감정싸움'을 벌였다. 


복지부가 1년 만에 입장을 바꾼 이유는 뭘까. 복지부는 "지난해 보완을 요구한 사항을 서울시가 이번에 충분히 반영해 최종적으로 협의가 성립했다"고 설명했다. 류양지 복지부 사회보장조정과장은 "지난해 복지부가 지적한 내용을 서울시에서 모두 수용해 항목별로 충실히 개선했고 실무 협의도 잘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추진한 청년수당 사업 내용. [자료 보건복지부]

서울시가 추진한 청년수당 사업 내용. [자료 보건복지부]

올해 사업을 들여다보면 대상자 선정 기준이 '중위 소득 150% 이하'로 명시됐다. 저소득 청년에게 실질적 기회가 가도록 변경된 것이다. '

진로탐색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 참여도 의무화했다. 학원수강비·면접비 등 구직활동과 관련된 항목에만 급여를 쓸 수 있게 하는 등 모니터링도 강화됐다. 취업률과 시험(면접) 응시횟수 등 계량화가 가능한 객관적 평가 지표가 도입되는 한편, 기존 정부사업에 참여한 사람은 선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청년수당 놓고 이어진 줄다리기

경기도·경상북도 청년사업에도 복지부 "동의"

복지부는 이날 서울시 청년수당과 내용이 비슷한 경기도·경상북도의 청년 사업에도 '동의' 의견을 보냈다.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 사업은 도내 만 18~34세 미취업자 중 저소득 청년(중위 소득 80% 이하)에게 최대 6개월간 월 50만원의 구직활동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경상북도의 '청년직업교육 훈련수당'도 유사하다. 도내 만 19~39세 미취업자 중 직업훈련 참여자에게 월 40만원의 훈련 수당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이들 사업은 경기도와 경상북도가 올해 복지부에 처음으로 협의를 요청해 이번에 '추진해도 좋다'는 판단을 얻었다.

경기도와 경상북도의 청년 지원 사업 내용. 자료: 보건복지부

경기도와 경상북도의 청년 지원 사업 내용. 자료: 보건복지부

한편 복지부는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각종 청년 지원 제도에 대해 권고도 제시했다. 사업 전반의 모니터링·결과 분석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고, 무분별한 현금 지급이 되지 않도록 급여 방식을 카드 지급으로 변경해달라는 것이다. 류양지 과장은 "지자체의 청년 지원이 사실상 처음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각종 평가 등을 거쳐 향후에 반영할 부분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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