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 날리기 위해 수영·마사지·헬스하는 경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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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받는 동안 경주마도 사람처럼 눈을 지그시 감고 기분 좋은 신음을 냅니다.”

춘곤증은 경주마 경기력에 나쁜 영향 #유산소운동 ·준비운동 거쳐 경기출전

4월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감, 춘곤증이 몰려오는 계절이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신체가 계절의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부적응 현상이다.

경주마도 춘곤증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렇다. 1000여 마리의 경주마를 관리하는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장 최원일)이 봄철 경기력이 떨어지는 말의 춘곤증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다.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수영과 마사지·헬스 등이다.

수영하는 경주마.[사진 한국마사회]

수영하는 경주마.[사진 한국마사회]

수영은 다양한 근육을 함께 움직이게 해 실제 경주에서 주로 작용하는 근육을 도와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한국마사회 동물병원 서유진 수의사는 “경주마는 극심한 운동을 몰아서 하는 것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과 휴식을 취한 뒤  경주에 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주마는 마사회에 있는 수영장을 천천히 돌곤 한다. 물론 수영장을 빠른 속도로 달리게 하면 말의 심폐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말을 관리하는 조교사들은 경주마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수영훈련을 동원한다.

전용 러닝머신을 달리는 경주마.[사진 한국마사회]

전용 러닝머신을 달리는 경주마.[사진 한국마사회]

경주마는 트레드밀(러닝머신)도 애용한다. 트레드밀은 일반 헬스장에 있는 러닝머신의 5배 크기다. 경주마 전용 러닝머신이다. 주로 경주마의 숙식처인 마사동에 있다.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는 60㎏정도의 기수가 타지 않아 경주마 다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한다. 체력에 따라 운동강도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트레드밀은 체중 감량이 필요한 말에게도 사용된다. 비만 경주마의 경우 아예 통풍이 안되는 땀복을 입혀 뛰게 한다. ‘살과의 전쟁’은 말이나 사람이나 다를 게 없는 셈이다.

마사지 받는 경주마.[사진 한국마사회]

마사지 받는 경주마.[사진 한국마사회]

훈련을 마친 경주마는 원적외선 찜질을 이용해 운동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도 한다. 특히 수영훈련 후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한 뒤 원적외선을 쬐며 온열 마사지를 받는 것이 하나의 코스처럼 돼 있다. 일부 마방에는 경주마 전용 마사지기가 준비돼 있다. 사람처럼 근육을  문지르고 비비고 쓰다듬는 동작이 기본이다. 한국마사회 직원 박종배씨는 “마사지는 경주마의 부상을 예방하고 운동능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봄철 필수코스”라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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