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면세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 면세점이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서울 시내만 연말까지 추가로 3개의 면세점이 문을 열게돼 타격이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규 면세점의 오픈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 3월 중국인 매출 27% 감소 #시내면세점은 30~50%까지 감소폭 더 커져 #연말 서울시내만 3곳 면세점 추가 오픈 예정 #업계 "신규 오픈으로 면세산업 위기 올 수도"
4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사드 부지 계약 체결 직후 인천공항 면세점의 3월 중국인 관광객 매출은 455억원으로 전달대비 27% 줄었다. 이용객수도 같은 기간 48만 명에서 31만 명으로 35%나 감소했다. 면세점협회는 지난달 30일 인천공항공사측에 ‘인천공항 면세점사업자의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감면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시내 면세점의 상황은 더 심하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면세점이 30~50% 정도 매출이 쪼그라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내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여행제한 조치 이후 부쩍 매출 감소가 눈에 띄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면세점 업계의 총 매출은 사상 최대인 12조2757억원. 면세점협회는 유커 감소가 장기화하면 연간으로 최대 5조 원가량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0%가 증발해버리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면세 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신규 면세점들은 이제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흑자 전환을 했거나 앞두고 있는데, 성장 동력이 확 꺾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연말에 오픈을 앞두고 있는 신규 면세점이다. 현대면세점,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탑시티 등 서울 시내 면세점 3곳, 부산·알펜시아 면세점까지 총 5곳이 연말 오픈 예정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감소로 신규 면세점만 어려움을 겪으면 다행이지만, 기존 면세점까지 어려움이 전방위로 확산될 게 뻔하다“면서 “센카쿠열도 갈등 때도 여파가 2년을 갔다. 최소한 1년 이상은 오픈을 연기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10조3항)는 관할 세관장은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30일의 범위 내에서 1회에 한하여 영업개시 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돼 있다. 추가로 연장이 필요한 경우에는 특허심사위원회에서 추가 연장 여부를 논의해 결정할 수 있다. 관세청 하변길 대변인은 “아직 결정된 바는 없지만 면세시장 전반과 개점 예정업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