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나라 한국서 12년 간 네 차례 창업… 5만 회원 거느린 청소 앱 '미소'의 빅터 칭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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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는 국내 가사 도우미 파견 서비스로 국내 1위 애플리케이션이다. 지난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해 연말까지 10만 건의 거래를 달성했다. 미소 앱을 사용하는 고객은 5만여 명, 등록된 가사 도우미는 4000여명에 달한다.


미소를 설립한 빅터 칭(36) 대표는 12년 간 한국서 창업에만 도전해 온 ‘전문 창업가’다.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2005년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건너왔고, 배달 앱으로 유명한 ‘요기요’를 포함해 네 차례의 창업에 도전했다. 미소는 지난해 여름 미국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투자사인 ‘Y컴비네이터’ 등에서 31억원을 유치하며 스타트업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3일 서울 청담동 미소 사무실 인근에서 만난 칭 대표는 “한국은 창업하기가 쉽지 않은 나라다. 창업 자체가 미친 짓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런 도전을 거듭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위 가사도우미 파견 앱 '미소' 창업자 #지난해 2월~연말까지 10만 거래 달성 #가사도우미 일일이 만나 앱 등록 설득 #엄격한 검증 장점… 이사 청소도 시작 #

가사도우미 파견 서비스에 착안한 계기는.
“나 역시 혼자 살다 보니 가사 도우미의 도움을 적잖이 받는다. 그럴 때마다 포털 사이트에서 영세한 파견업체를 찾아 전화를 걸고, 검증되지 않은 누군가를 집에 들여야 한다는 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런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면 사업으로 연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파출 소개소’로 불리는 가사 도우미 파견 업체들이 나름 공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맞다. 전체 가사도우미 소개 시장을 놓고 봤을 때 우리가 차지하는 시장은 아직도 0.1%도 안된다고 느낀다. 그만큼 기존 업체들의 비중이 크다. 가사도우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고, 알음알음 소개받거나 몇몇 집에 고정으로 쭉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도 신생업체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 가사 도우미들을 우리 앱에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들을 끌어 들였나.
“일일이 전화하고 만나 ‘이런 서비스가 있다. 우리는 연회비도 가입비도 받지 않는다. 일만 열심히 하면 끊임없이 일자리를 공급해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우리 직원들이 일일이 전화를 걸고 사람을 만나 가사 도우미를 모집했다.”
서비스의 품질은 어떻게 관리하나.
“평가 시스템으로 검증을 엄격하게 하는 편이다. 일정 수준 이하의 점수를 연달아 받는 분들은 우리를 통해 일을 구할 수 없다. 재미있는 건 보통 불만이 나오는 부분은 ‘청소가 덜 됐다’는 게 아니란 거다. 그보다는 ‘온다고 한 시간에 안왔다’거나 ‘집이 더럽다고 잔소리를 한다’, ‘시시콜콜하게 개인적인 얘기를 물어본다’ 같은 자세와 관련된 부분이 많다.”
Y컴비네이터의 투자를 유치하며 유명해졌다.
“1년에 두 차례 공개적으로 투자를 원하는 스타트업을 모집한다. 서류 심사를 통해 500~600개 회사를 불러 10분 정도 인터뷰를 한다. 이 10분을 위해서 실리콘밸리까지 날아갔고, 큰 돈은 아니지만 투자 유치도 받았다. 우리가 짧은 기간에 많은 것을 해냈다고 평가한 것 같다.”
하와이에서 자랐는데, 왜 한국에 와서 창업을 하나.
“사업을 한 아버지 때문인지 어려서부터 누가 꿈을 물어보면 늘 ‘해외에 나가서 사업할 거다’라고 답했다. 고등학교 때 e메일 주소를 사고 팔며 돈을 벌기 시작했고, 대학교 땐 골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열어서 한달에 수백만원씩 벌기도 했다. 한국에 온 건 미국 시장에선 내가 딱히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고 느껴서다. 미국을 알고 한국인의 피도 흐르니까 한국에선 강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국은 창업하기가 쉽지 않은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정부 규제가 굉장히 심한 건 사실이다. 그것만 빼면 어딜 가도 창업은 어려운 일이다. 미국의 경우 확실히 시장은 크지만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한국은 시장이 작긴 하지만 입소문이 빨리 퍼질 수 있다는 점은 좋다.”
한국의 창업 열기가 미국ㆍ중국처럼 뜨겁지 않은 이유는 뭘까.
“내 생각에 한국은 대부분의 산업이 너무 효율화돼 있다. 나라가 작고 단일 민족이 살다 보니 모든 게 빠르고 투명하다. 미국서는 아직도 어떤 서비스를 보면 말도 안되는 가격이라고 느껴지는 게 있다. 스타트업이 그런 틈을 비집고 성장한다. 한국은 그런 틈이 없다. 택배 서비스를 예로 들어보자.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배송해주는데 건당 2500원을 받는다. 어떤 스타트업이 이보다 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까.”
젊은이들의 도전 정신이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까.
“그렇다기보다,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이 다 알지 못하고 뛰어든다는 느낌은 받는다. 창업은 상상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내가 생각했던 바닥이 이 정도라면 그 밑에 또다른 바닥이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스타트업을 하려고 뛰어든 사람들이 바보거나 아니면 미쳤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좀 미친 것 같다(웃음). 생각해봐라. 1조원 가치의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하는데 시드 투자를 받은 회사 중 1% 정도만 유니콘이 된다. 문제는 시드 투자를 받는 것도 1%의 확률도 안된다는 거다. 그런데 회사를 차리면서 ‘우리는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정상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는 건 분명하다.”
앞으로의 목표는.
“미소와 관련해 두 가지 신규 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이사 청소 서비스와 에어컨ㆍ세탁기 같은 가전 청소 서비스다. 회사 이름을 미소로 지은 건 ‘한국 최고의 청소 회사’가 되겠다기보다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푸근한 회사가 되고 싶어서'다. 바쁜 한국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 같은 가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계속 개선시켜 나갈 생각이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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