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총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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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연세대 총학생회(이하 총학) 보궐선거 투표율이 26%대에 머물러 총학 구성이 무산됐다. 이 선거는 지난해 11월로 예정됐던 제54대 총학 선거에서 입후보자가 없어 무산돼 치러졌다. 후보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 못한 것은 1961년 이 학교 총학 발족 이래 처음이었다.

서강대·한국외대·숙대 등에 이어 #연세대 56년 만에 총학 구성 무산

재학생 동모(25)씨는 “투표를 못했다. 단일 후보로 힘들게 나왔다고 해서 투표하려 했는데 학교 수업을 듣고 학점을 관리하느라 투표가 끝났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조모(26)씨는 “총학이 있든 없든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실질적으로 와닿는 정책도 없었다”고 했다.

낮은 총학 투표율은 다음달 9일 치러질 대통령선거에서 대학생의 91.6%가 참여 의사를 밝힌 설문조사 결과와 대조적이다. ‘19대 대선 대학생 요구 실현을 위한 전국대학 학생회 네트워크’가 대학생 48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22일 발표한 결과다.

연세대뿐 아니라 적지 않은 대학에서 총학회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다. 한국외대·서울여대는 지난해 총학 선거와 올해 보궐선거에서 후보자가 전무했다. 중앙대 이모(21·여)씨는 “세월호·위안부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 있는 학생들도 끼리끼리 모여 활동하지 학생회를 찾지는 않는다. 간식 사업 말고는 눈에 보이는 활동도 없고, 학생회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연세대 이항(25·여)씨는 “총학에 관심이 없어진 것은 총학이 뭔가를 얘기해도 학교가 받아들여 변하는 것도 없고 학생회 참여나 투표가 별 소용이 없다는 좌절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마를 위한 기본 요건을 채우지 못해 선거가 무산된 학교도 있다. 서강대는 지난해 총학 선거에 단일 후보가 출마했으나 서류 미비 탓에 등록 무효 처리됐고, 지난달 재선거엔 후보자가 없었다. 지난해 출마자가 없어 선거를 못 치른 숙명여대의 경우 지난달 재선거에 단일 후보가 나왔지만 추천인 서명 수가 모자라 다시 무산됐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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