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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 고관절 수술 결과, 미리 알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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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관절의 단면 모형. [중앙포토]

고관절의 단면 모형. [중앙포토]

나이가 들면 건강에 여러 가지 '적신호'가 들어온다. 특히 노화에 따른 퇴행성 질환으로 운동량이 줄어들고, 줄어든 운동량이 퇴행성 질환을 재차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면 골반 쪽의 고관절이 골절되는 노인이 많다. 이 때문에 수술을 받아도 일어나지 못하고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곤 한다. 실제로 50세 이상 여성의 12%, 남성의 5%는 평생 한 번 이상의 고관절 골절을 경험한다.

계단 낙상 등 노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고관절 골절' #분당서울대병원팀, 환자별 수술 위험도 평가도구 개발 #고위험군, 저위험군 비해 수술 후 사망률 3.5배 달해 #"고관절 수술 후 체크 필요한 환자, 객관적 선별 가능"

  그런데 문제는 고관절 수술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어떤 환자는 나이가 아주 많지만 수술을 받고 정상 생활로 복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잘 되지만, 비교적 젊고 건강했던 환자지만 고관절 수술 후 건강 상태가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난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있을까. 분당서울대병원 김광일 노인병내과 교수팀은 고관절 수술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는 도구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김 교수팀은 2009~2014년 고관절 골절로 수술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 481명을 분석했다. 이들이 새로운 '노인 고관절 다면적 노쇠평가 지표'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노인은 저위험군에 속한 노인과 비교해 수술 후 6개월 내 숨질 확률이 3.5배에 달했다. 또한 입원 기간도 더 길었고 입원 기간 중 합병증이 나타날 위험도 높았다.

고관절 환자의 위험도에 따른 수술 후 생존률.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김광일 교수]

고관절 환자의 위험도에 따른 수술 후 생존률. [자료 분당서울대병원 김광일 교수]

  '노인 고관절 다면적 노쇠평가 지표'는 영양 상태와 수술 전 보행 능력, 치매 여부, 보유 질환 등 8가지 항목을 측정한 수치다. 항목별로 0~2점을 매겨 점수 총합이 9점 이상이면 고위험군, 8점 이하면 저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단순히 고관절 골절 상태만 확인해 수술하는 게 아니라 종합적인 건강 상태를 고려해서 치료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김광일 교수는 "고관절 골절 수술 전후에 면밀한 체크와 재활이 필요한 환자를 객관적 지표로 선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위험도에 따라 환자를 관리하면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명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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