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는 끝이 났지만, 누군가는 또 다른 기다림을 견딜 준비를 해야 했다. 31일 오후 1시쯤 사람들은 신항만 출입을 통제하는 철조망 앞에 서서 긴 세월에 헤진 세월호의 모습을 지켜봤다. 해양수산부가 예상했던 도착 시간보다 딱 1시간30분 일찍이었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쳐 있었다. 철조망 사이사이에 묶인 노란 리본들이 해풍에 휘날렸다.
비슷한 시간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 양승진 단원고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 등은 세월호를 뒤따르는 선박 안에 있었다. 다들 잠 한 숨 못잔 채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진도 서망항에서 배를 탄 상태였다. 전화통화 중이던 이씨가 바깥을 보더니 들뜬 목소리로 "보여요, 목표 신항이 보여요"라고 외쳤다. 가족들은 서로 껴안고 눈물 섞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좋은 일만 있으려나 봐요. 아까는 비가 오더니, 이제 날이 맑네요."
이날 정오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해양수산부와 선체 수색 계약을 맺은 코리아샐비지에 A4 용지 5장 분량의 '세월호 유해수습방안 제안서'를 보냈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바깥으로 빠져나온 뻘에서 유해가 발견될 수 있는만큼 신속하면서도 신중하게 뻘 처리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과 선체 절단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제안서에 분명히 담았다"고 말했다.
또 "선체를 조사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세월호를 둘러싼 국민적 논란을 이제는 끝내자는 것이고 그만큼 세월호는 진상 규명의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다.'로봇캠' 투입 등 최대한 세월호를 덜 훼손하는 방향으로 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해수부는 같은 날 오후에 열린 브리핑에서 "조사위가 제안한 여러 수색방안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목포=홍상지·김민관·하준호 기자, 진도=공동취재단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