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좋은 일만 있겠죠"…마지막 항해 끝낸 세월호, 다시 시작된 기다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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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마지막 항해는 끝이 났지만, 누군가는 또 다른 기다림을 견딜 준비를 해야 했다. 31일 오후 1시쯤 사람들은 신항만 출입을 통제하는 철조망 앞에 서서 긴 세월에 헤진 세월호의 모습을 지켜봤다. 해양수산부가 예상했던 도착 시간보다 딱 1시간30분 일찍이었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쳐 있었다. 철조망 사이사이에 묶인 노란 리본들이 해풍에 휘날렸다.

목포 신항만 출입을 통제하는 철조망 사이사이에 묶인 노란 리본들. 하준호 기자

목포 신항만 출입을 통제하는 철조망 사이사이에 묶인 노란 리본들. 하준호 기자

31일 오후 1시쯤 철조망 바깥에서 보이는 세월호의 모습. 홍상지 기자

31일 오후 1시쯤 철조망 바깥에서 보이는 세월호의 모습. 홍상지 기자

목포 신항만에 도착한 세월호. 사진=공동취재단

목포 신항만에 도착한 세월호. 사진=공동취재단

비슷한 시간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 양승진 단원고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 등은 세월호를 뒤따르는 선박 안에 있었다. 다들 잠 한 숨 못잔 채 어두컴컴한 새벽부터 진도 서망항에서 배를 탄 상태였다. 전화통화 중이던 이씨가 바깥을 보더니 들뜬 목소리로 "보여요, 목표 신항이 보여요"라고 외쳤다. 가족들은 서로 껴안고 눈물 섞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제 좋은 일만 있으려나 봐요. 아까는 비가 오더니, 이제 날이 맑네요."

목포 신항만 출입을 통제하는 철조망 사이사이에 묶인 노란 리본들. 하준호 기자

목포 신항만 출입을 통제하는 철조망 사이사이에 묶인 노란 리본들. 하준호 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31일 오전 신항에 도착했다. 유가족들은 오전 7시부터 신항만 북문 앞 도로에 천막을 설치했다. 신항만 출입을 막아놓은 철조망 앞에서 유가족들은 해수부 측에 "유가족 모두가 세월호 수색 작업을 참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과의 대치 끝에 신항만 안으로 들어온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은 부두 쪽에서 세월호의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을 훔쳤다. 오후 3시쯤 항만 안으로 미수습자 유가족들이 머물 컨테이너 박스가 들어갔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목포 신항만에 도착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목포 신항만에 도착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1일 오후 3시쯤 목포 신항만에서 미수습자들이 머물 컨테이너 박스가 항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민관 기자

31일 오후 3시쯤 목포 신항만에서 미수습자들이 머물 컨테이너 박스가 항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민관 기자

세월호를 실은 반잠수선 화이트 마린호는 오후 1시30분쯤 접안을 완료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081일 만이다. 다음 작업은 세월호를 육상에 거치하는 것이다. 배를 육상으로 옮기는 특수 운송장비 '모듈 트랜스포터' 수백 대가 동원돼 거치까지 약 5일 간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후 선체 안전 조사, 방역 등을 거쳐 미수습자 수습 및 선체 정리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날 정오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해양수산부와 선체 수색 계약을 맺은 코리아샐비지에 A4 용지 5장 분량의 '세월호 유해수습방안 제안서'를 보냈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바깥으로 빠져나온 뻘에서 유해가 발견될 수 있는만큼 신속하면서도 신중하게 뻘 처리 작업을 해야 한다는 점과 선체 절단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제안서에 분명히 담았다"고 말했다.

또 "선체를 조사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세월호를 둘러싼 국민적 논란을 이제는 끝내자는 것이고 그만큼 세월호는 진상 규명의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다.'로봇캠' 투입 등 최대한 세월호를 덜 훼손하는 방향으로 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해수부는 같은 날 오후에 열린 브리핑에서 "조사위가 제안한 여러 수색방안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목포=홍상지·김민관·하준호 기자, 진도=공동취재단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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