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수학, 아이들 꼭 배워야 할 공통언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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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컴퓨터상에서 코딩한 내용을 오조봇에 전송하고 있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컴퓨터상에서 코딩한 내용을 오조봇에 전송하고있다.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지름 3㎝짜리 조그마한 로봇이 흰 종이 위에 어지럽게 그려진 선을 부지런히 따라간다. 빨간색·파란색·초록색 등으로 표시된 지점을 만나면 속도를 높이거나 방향을 튼다. 종이와 펜으로 코딩을 배울 수 있는 ‘오조봇(Ozobot)’이다. 컬러를 인식하는 센서가 내장돼 색깔로 명령을 내려 조종할 수 있는 원리다. 나아가 컴퓨터에서 블록 명령어 조립으로 코딩을 할 수 있는 고급 단계의 교육까지 가능해 코딩 교육 열풍 가운데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서울에 온 오조봇 개발자 네이더 함다(Nader Hamda) 미국 이볼브(Evollve)사 대표를 만났다.

‘오조봇’ 개발한 네이더 함다 대표 #3㎝ 로봇에 색깔 인식 센서 내장 #미국선 놀이하듯 코딩 교육 활용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각종 ‘화면 ’에 파묻혀 있는데, 그 시간을 생산적으로 보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를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참여하고 창조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에 빠져있는 자신의 두 딸을 보고 오조봇을 개발했다고 한다. 함다는 “무언가를 배운다고 하면 아이들은 더 이상 하려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로봇을 연결해 장난감에 가까운 교구를 만든 까닭이다.

네이더 함다

네이더 함다

“프로그래밍을 응용해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어내고 그걸 공유하면서 기술을 자연스럽게, 창조적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것이 바로 ‘창의성’의 시작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오조봇을 수업에 활용하고 있는 학교는 3000여 곳에 이른다. 스케치북이나 태블릿PC 등에 그림을 그리고 로봇이 그 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하거나, 사람의 소화기관을 그린 뒤 오조봇이 입에서부터 위장을 거쳐 소화과정을 따라가도록 해보는 식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큰딸 덕분에 함다는 오조봇에 음악을 배우고 만드는 기능을 추가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로봇끼리 블루투스로 연결해 친구가 되는 ‘소셜’ 기능도 개발 중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소비자가 8만원)으로 코딩 교육을 할 수 있는 것도 오조봇의 장점이다.

함다는 코딩 교육이 전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코딩 교육에서 미국이나 영국보다 앞서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가 내년부터 의무교육 과정에 코딩 교육을 포함시키기로 한 방침을 거론하면서 “정부가 결정을 내리면 모든 학교에 적용되는 톱다운 방식이 미국에는 없다. 한국이 부럽다”고 말했다.

조기 코딩 교육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전하자 그는 “지금의 아이들은 의사나 엔지니어, 농부, 아티스트 등 무엇이 되든지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10년만 지나도 컴퓨터 언어에 대한 기본 지식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을 거라는 전망이다. “아이들이 배워야 할 공통언어는 두 가지예요. 수학과 코딩이죠. 2+2가 4라는 건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습니다.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밍 언어도 세계 공통이고요.”

글=최은혜, 사진=김상선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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