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도자 꿈꾸는 "컴퓨터 링커"|축구선수 은퇴한 조광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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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 축구사상 가장 뛰어난 링커로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조광래(34) 가 지난2일 프로축구 대우-유공전을 마지막으로 18년간의 화려했던 선수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컴퓨터 링커」로 불릴만큼 정교한 패스와 센터링, 「악바리」라는 닉네임이 붙을 만큼 악착스럽고 활기찬 플레이를 이제 팬들은 더 이상 볼수 없게 됐지만 그대신 한국축구의 내일을 짊어질 명지도자의 탄생이 기대된다.
『소속팀 대우가 87 시즌우승을 차지, 떠나는 발걸음이 몹시 가벼울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와 우리나라 축구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칠 결심입니다.』 조광래는 내년1월초 서독 쾰른의 코칭 스쿨로 축구 유학을 떠난다.
6개월간 차범근이 이수했던 B급 지도자과정을 마치고 다시 6개월간 분데스리가 1부 리그팀에서 수습코치로 수업을 쌓은뒤 귀국할 예정.
대우구단측은 조가 귀국하면 코치로 승격시켜 2∼3년간 실전경험을 쌓도록하고 이후 같은 계열인 거제고나 아주대의 감독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서독에서 공부하는 동안 프랑스축구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할 작정입니다. 프랑스축구야말로 우리나라축구가 흉내내야 할 바람직스런 모델이라고 느끼고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독축구와 남미축구를 적당히 혼합한 프랑스축구는 조화와 다양한 스피드의 변화를 생명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에 가장 가깝다고 보고있다.
프로축구 출범때부터 활약해온 그는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의 현실에 대해 몹시 안타까와하고 있다.
그는 이같은 현실이 선수와 구단, 그리고 협회행정에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보고있다.
『각 선수들은 팬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어요.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기량연마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팬 서비스에도 신경을 써야겠지요. 또한 각 구단은 책임지고 각 지역 연고지를 관리해야 합니다.』 조광래는 선수생활을 하는 동안 「승부는 힘들때 결정된다」는 좌우명을 마음속깊이 간직해왔다.
훈련이나 경기의 힘든 고비마다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들다. 끝까지 더 버티는 자가 이긴다』고 되뇌이며 자신을 채찍질해왔다는 것이다.
조광래는 진주고 2년때 본격적으로 축구에 입문, 연세대->포철(아마)->충의를 거쳐 대우에 입단했으며 10년간 국가대표를 지내며 숱한 국제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부산의 저명한 팽갑주신경정신외과집 외동딸인 팽현자(32)씨와 5년간 연애끝에 결혼, 6세된 아들(성우)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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