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스타일리스트 김민지의 ‘물결’
을지로 노포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다 ‘딱 한 잔만 더’를 외칠때 일행 중 한명이 말했다. “아무도 모르는 술집 한 번 가볼래?” 추운 겨울밤 종종 걸음으로 을지로 3가, 그 익숙한 곳에 섬처럼 숨은 술집을 찾았고 그렇게 ‘물결’을 만났다.
테이블도 모두 자체제작인데 박스 형태다. 그 안에 흰 돌과 모래를 깔고 에어플랜트와 불가사리인듯 파란 펄이 반짝이는 별모양 종이를 넣고 유리로 덮었다. 플리마켓도 진행한다더니 아기자기한 소품과 액세서리 및 디자인 제품도 여럿 눈에 띄었다. 사뿐사뿐 걸어 다니며 사소한 질문에 조근 조근 답해주는 주인장의 매력에도 심쿵.
사실 마요네즈는 마법의 소스다. 무엇과 먹어도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세상에는 그런 소스들이 있다. 굴소스·칠리소스·라면스프 같은. 건강하지 못한 음식으로 주목받는 소스들이지만 무조건 비판적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영양학적으로 완벽하고 조리기술까지 훌륭하며 플레이팅마저 황홀한 한 접시보다 ‘썸남’과 끓여 먹는 해장라면 한 그릇의 만족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부정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물결’을 맛집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누군가는 분명 단골집 삼고 싶을 만한 곳, 개성 있는 공간 연출과 운영방식을 지닌 곳이라는 점에서는 엄지손을 척 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비록 인스턴트식품과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지만 열심히 조리하는 정성 역시 ‘맛’의 감각에 일조한다는 걸 깨닫게 해준 곳이기도 하다.
공예가 주인장의 작업실 겸 술집
전자레인지로 만든 마요네즈 짜장면
몽환적인 인테리어만큼 독특한 맛
요즘 작업을 통 못해서 자신을 ‘공예가’라고 소개하기에 겸연쩍다는 주인장의 모습이 다시 생각난다. ‘물결’이 그녀가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전시장이자 마켓이자 소통의 장 그리고 주인장에겐 작업실로, 사람들에겐 아지트로. 우리 같은 취객들에겐 시원한 맥주 한 잔에 케첩 팍팍 찍은 소시지 건배의 기쁨을 나눠주는 곳으로 오래 사랑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글 김민지.
푸드 스타일리스트. 스타일링 공방‘꾸밈’을 운영하며 메뉴 개발 및 촬영, 제품 스타일링, 소품 디자인 제작 등을 하고 있다. 영화 ‘부당거래’ ‘암살’ ‘아가씨’ 등과 LG디오스 등 다수의 CF에서 공간연출 및 테이블세팅, 푸드 스타일링을 맡았다.
물결
·주소: 을지로 130-1 401호
·전화번호: 070-4142-7202
·영업시간: 공식적으로는 오후 5시~오후 11시. 변경 시에는 인스타그램(@_mulgyeol 작업실+펍)으로 공지
·주차: 불가능
·메뉴: 소시지 1만2000원, 나초 7000원, 라면·짜파게티5000원, 팝콘 4500원, 마른안주 1만원
·드링크: 병맥주 5000~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