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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부 비상 “중국으로 기술 유출 못 막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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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턴에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스타트업(신생기업)인 누렐라(Neurala)는 최근 중국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사실 미국 공군이 작년 6월 투자를 포기한 기업이다. 하지만 중국 국영기업의 한 자회사는 주저 없이 투자를 결정했다. 누렐라는 자사의 ‘터틀봇 로봇(TurtleBot robot)’을 만드는 회사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독자 개발했다.

누렐라의 ‘터틀봇 로봇(TurtleBot robot)’,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사진 누렐라]

누렐라의 ‘터틀봇 로봇(TurtleBot robot)’,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사진 누렐라]

# 지난해 중국 국제금융공사(GP캐피털)는 캘리포니아 서니베일에 있는 콰너지시스템(Quanergy)을 인수했다. 자율주행차의 빛 감지 센서를 만드는 회사로 자금이 넉넉해지면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사드 레이더 제작사 ‘레이시온(Raytheon)’이 만든 ‘대인 추적 소프트웨어(people-tracking software)’도 사들였다. 전문가들은 표면상 상업용 기술이지만, 얼마든지 군사용 무인 차량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콰너지시스템이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에 부착해 시연한 자율주행 감지 시스템 [사진 미국 포브스]

미국 콰너지시스템이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에 부착해 시연한 자율주행 감지 시스템 [사진 미국 포브스]

# 팀 번스(Tim Byrnes) 뉴욕대 교수는 재작년 1월 미국 뉴욕에서 중국 상하이로 학교를 옮겼다. 중국 화둥사범대가 뉴욕대와 공동으로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를 세우면서 스카우트된 것이다. 그는 양자컴퓨터 연구로 인정받아 AI·로보틱스·빅데이터 등 다양한 미래 기술 분야에서 그에게 손짓하고 있다. 조건도 좋다. 100만 위안(1억6000만원)이 넘는 연봉과 자녀를 위한 국제학교 학비에, 연구 성과를 특허로 내면 42.5%만큼 소유권도 주장할 수 있다.

팀 번스 뉴욕대 상하이캠퍼스 교수 [사진 NYU Shanghai]

팀 번스 뉴욕대 상하이캠퍼스 교수 [사진 NYU Shanghai]

중국 지도부는 인공지능(AI)와 로봇 등 핵심 기술을 가진 미국 스타트업을 사들이는 데 적극 지원하고 있다. 美 국방부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능력 향상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이하 NYT)가 공개한 미 국방부가 백악관에 올린 보고서 내용 중 일부다. 보고서는 누렐라를 비롯해 로봇 생산기업인 ‘지메틱’, ’크라우스마페어’ 등에 중국이 집중 투자해 기술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美 국방부, “첨단 기술 중국 유출 우려돼”

더 나아가 미 국방부는 “현재 미국에 군사 기술에 활용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수 있는 감시장치가 없는 상태”라며 “중국 인민해방군의 각종 무기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회사 ‘하이인캐피털’은 NASA와 함께 일하고 있는 항공우주 및 상업용 우주여행 회사인 XCOR 에어로스페이스에 투자했다. [사진 XCOR 에어로스페이스]

중국 회사 ‘하이인캐피털’은 NASA와 함께 일하고 있는 항공우주 및 상업용 우주여행 회사인 XCOR 에어로스페이스에 투자했다. [사진 XCOR 에어로스페이스]

실제 누렐라에 120만 달러(13억원)를 투자한 중국 회사 ‘하이인캐피털’은 중국 공산당 핵심 간부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그룹의 자회사다. 모회사인 에버브라이트그룹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의(이하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왕광잉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곳이다.

中, 美 첨단 기술 기업·인재 사냥 #美 국방부 주장 “안보위협 느껴 감시·감독 강화해야!” #천재급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 #중국의 거센 투자 움직임, 제동 걸릴 수도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의 아들 원윈쑹이 소유한 레드뷰캐피털도 작년 플렉시블 액정 제조 프린터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카티바(kateeva)에 8800만 달러(980억원)를 투자했다. 중국 공산당 유력인사의 가족 기업, 지방정부, 국유기업은 물론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중국의 덩치 큰 민간 IT 기업도 앞다퉈 실리콘밸리 투자에 뛰어들었다.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의 아들 원윈쑹이 소유한 레드뷰캐피털도 지난해 플렉시블 액정 제조 프린터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카티바에 8800만 달러(980억원)를 투자했다. [출처 카티바]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의 아들 원윈쑹이 소유한 레드뷰캐피털도 지난해 플렉시블 액정 제조 프린터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카티바에 8800만 달러(980억원)를 투자했다. [출처 카티바]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 나선 크리스 니콜슨 스타이마인드 CEO는 “스타트업이 샌드힐로드(벤처캐피털이 모여 있는 캘리포니아 한 거리 이름)에서 거절당해도 중국 투자자는 유치할 수 있다”며 “(중국 자본이) 미국 스타트업 업계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스타이마인드 또한 누렐라처럼 AI를 개발하는 회사다.

스타트업 인수뿐만 아니라 천재급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

중국은 인재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번스 교수의 사례를 들며 “중국이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로보틱스, 전기차, 바이오 의약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인재 1만 명 유치 계획을 세웠다”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배경에 깔려있다”고 보도했다.

인수합병(M&A), 투자, 인재 유치 등을 포함한 투자 규모도 갈수록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2013년 3220만 달러(340억원)에 불과했던 중국 기업 투자 규모는 작년 기준으로 148억5100만 달러(16조5000억원)으로 460배나 늘었다. 3년 만의 일이다. 영역도 크게 확장됐다. 인공지능·전자·정보통신기술·산업장비 등 미국 글로벌 기업과 첨단 스타트업 전반에 걸쳐 있다.

美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中 투자 움직임에 제동 걸지 주목

불똥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이하 CFIUS)로 튀었다. 최근 일련의 중국발(發) 미국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미 국방부가 CFIUS의 적극적인 감시·감독 활동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CFIUS가 중국의 필립스 미국 조명사업부(루미레즈) 인수, 미국에 자회사가 있는 독일 반도체 회사 아익스트론 인수 등에 제동을 걸었다. NYT도 “중국 기업은 자신이 투자한 미국 스타트업의 컴퓨터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기술개발 과정 전체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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