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격추용 미사일 美로 밀반입하다 덜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구매자로 위장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에게 비행기 격추용 견착식 러시아제 미사일을 팔기 위해 실제로 미국에 이를 밀반입한 인도계 영국인 무기중개상과 관련자 두 명이 미국.영국.러시아 정보기관의 5개월 합동 작전 끝에 12일 미국에서 체포됐다.

이 중개상은 무기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격추시킬 수 있는 이런 미사일을 50개 더 사겠다" "이 미사일이 여객기를 격추하는 데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돼 이 같은 미사일이 실제로 미국 내에서 테러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들이 밀반입하려던 무기는 '이글라(IGLA.SA-18)'라고 불리는 러시아제 견착식 지대공 미사일로 지난해 체첸반군이 러시아의 군병력 수송헬기를 격추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 정보기관인 FSB는 지난 3월 미 FBI에 한 영국인이 지대공 미사일을 구매하려 한다는 사실을 귀띔했다. FBI는 즉각 러시아에 정보요원을 급파했다.

무기중개상은 미사일을 8만5천달러(약 1억2백만원)에 샀다. 중개상에게서 미사일을 구매하려고 한 사람은 FBI의 위장 요원이었다고 BBC는 보도했다. 중개상은 문제의 무기를 의류 장비로 위장해 미국 동부 볼티모어 항구로 부쳤다.

FBI로부터 해당 첩보를 통보받은 영국 정보기관 MI5와 MI6는 전화 도청 등을 통해 이 무기중개상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감시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우리는 상당한 도청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 중개상은 지난 12일 무기 대금을 받기 위해 런던에서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행 비행기를 탔다. 그의 비행기 좌석 근처에는 지난 5개월간 그를 감시해오던 FBI 요원이 동승하고 있었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