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글로컬] “여성 혼자서는 오지말라”는 황당한 성당 안내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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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정석내셔널부 기자

김정석내셔널부 기자

지난 14일 대구 한 성당 역사관 입구에 붙은 안내문(사진)이 입방아에 올랐다. 한 네티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안내문 사진엔 ‘여성 홀로 입장을 금합니다’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여성이 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성추행 같은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뜻에서 붙은 일종의 경고문이다.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황당해 했다. 안내문은 논란이 된 직후 ‘관람객 홀로 입장은 삼가주십시오’란 글귀로 바뀌었다. 하지만 바로 아래 ‘홀로 오신 여성분은 동행해 드리겠습니다’란 사족이 끝내 따라붙었다.

작년 이맘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대구 한 경찰서가 데이트 폭력을 근절한다는 이유로 남성 경찰관과 여성들의 소개팅 행사를 마련하면서다. 당시 해당 경찰서는 SNS에 “든든한 경찰 오빠가 지켜줄게”란 게시물을 올렸다. 곧장 여성단체가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어떤 이들은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신체적으로 보다 강한 남자가 여자를 지켜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 보면 이런 사고방식이 본질을 호도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으슥한 공간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에 노출되는 것도 ‘여자가 약해서’가 결코 아니다. 성별은 상관 없다. 가해자의 행동이 근본 문제다.

우린 지난해 5월 대낮에 일어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목도했다. 이를 계기로 성차별과 페미니즘, 이성혐오 등 사회에서 곪고만 있던 문제들이 일시에 폭발했다. 남성은 여성에게, 여성은 남성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은 ‘남성은 강하고 여성은 약하다’는 생각이 오래된 성 편견에서 비롯됐다는 걸 안다. 그래서 ‘여성 홀로 입장을 금합니다’란 말은 아직 옛 시대에서 벗어나지 못한 문구다. 돌려 말할 필요 없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는 행동을 금합니다.’ 그냥 이렇게 쓰면 된다.

김정석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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