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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를로스 고리토의 비정상의 눈

열정적인 중남미, 한류에 열광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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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브라질 팬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저스틴 비버뿐이 아니었다-브라질 최대 포털 UOL’.

‘상파울루 공항에 모인 8000여 명의 팬을 보면 비틀마니아(비틀스의 열광적인 팬들)가 떠오른다-브라질 미디어그룹 우글로부’.

미국 최고 인기 가수 저스틴 비버나 전설의 비틀스와 비교된 주인공은 한국의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다. 이들의 지난 19~21일 브라질 공연은 현지에서 몇 달 전부터 뜨거운 화제였다. 1만4000여 장의 입장권을 놓고 7만2000여 명이 몰려 순식간에 표가 매진되자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팬들이 더 큰 공연장으로 옮기라고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공항에서 이들의 입국 장면을 놓친 팬들이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는 동영상이 화제가 됐다. 일부 팬은 공연 전날부터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며 입장을 기다렸다. 방탄소년단은 이런 팬들에게 ‘고맙습니다’ 외에도 ‘여러분 덕분에 행복하다’ ‘더 자주 보고 싶다’ ‘브라질 최고’와 같은 말을 포르투갈어로 연습해 공연장에서 직접 전했다.

이를 일부 청소년의 팬덤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좀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 10대 팬뿐 아니라 구매력이 있는 그들의 부모까지 한국에 관심을 갖고 그 문화를 접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에선 아이들이 가는 공연장에 부모들이 동행하는 경우가 상당히 잦다. 이번 콘서트에도 마찬가지였다. 상파울루에 사는 한 지인은 딸이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팬이 돼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한류의 불꽃이 더욱 거세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례들이다. 사실 처음 K팝과 드라마·영화 등 한국 문화가 중남미에 퍼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극소수 마니아층의 문화 거품처럼 곧 사그라들 것’이라며 비관적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많은 팬이 빠져들고 있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는 덤이다.

그동안 한국은 주로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 한류를 전파하려 노력해 왔다. 문화적으로 동질감이 크고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류 콘텐트 시장 규모도 중남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하지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특히 문화사업은 국제 정세에 많은 영향을 받는 부문이니만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다양한 판로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질을 비롯한 중남미는 훌륭한 대안이자 새로운 기회다. 열정적인 중남미 팬들은 언제든 한국에 열광할 준비가 돼 있다.

카를로스 고리토 [브라질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