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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두 유 노우 탄핵?" 이런 질문 이제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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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 라이크 김치?”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 내한하는 해외 스타에게 정해진 수순처럼 따라붙던 질문들이다. 이 때문에 내한 스타와 관련된 기사를 보면 “제발 한국에 대한 관심을 억지로 끌어내는, 민망하고 식상한 질문을 하지 말라”는 네티즌의 조롱 섞인 반응도 적잖게 눈에 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질문들은 귀여운 수준이 되고 말았다. “두 유 노우 탄핵?”이 등장했기 때문.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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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3월 29일 개봉, 루퍼트 샌더스 감독) 내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루퍼트 샌더스 감독과 배우 스칼렛 요한슨(사진), 줄리엣 비노슈, 필로우 애스백이 참석했다. 이날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물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요한슨. ‘어벤져스’ 시리즈(2012~)에서 블랙 위도우 역을 맡으며 세계적 인기를 얻은 그는, “늘 한국에 오고 싶었다”며 인사를 전했다. 이날 기자들은 요한슨에게 “화면을 압도하는 눈빛 연기의 비결”과 “원작 캐릭터를 연기하는 어려움” 등에 관해 물었고, 요한슨은 성의 있는 답변으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갑자기 기자회견 분위기가 썰렁해진 순간이 있었다. 한 기자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걸 알고 있나?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기 때문. 여기저기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고, 요한슨은 “나까지 한국 정치에 끌어들이는 건가? 한국 정계에 관한 말씀은 드리지 않아야 할 것 같다”며 정중하게 답변을 피했다. 이어 “이 영화에서 처럼 투명인간이 된다면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요한슨은 “청와대에 들어가 탄핵 관련 정보를 빼 여러분에게 알려 드리겠다”고 답했다. 경직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그의 배려였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마지막 질문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는 것. 요한슨은 아예 답변을 거부했다. 이번 기자회견이 민망하고 부끄러웠던 것은, 영화와 전혀 관련 없는 자극적인 질문으로 온라인 기사 클릭 수를 높이려는 몇몇 매체들의 얄팍한 의도가 보였기 때문이다. 짧은 내한 일정으로 이날 기자회견 진행 시간은 40분 남짓.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 아쉬움은 더 커졌다. 씁쓸한 마음으로 기자회견장을 나서며, 때와 상황에 맞는 좋은 질문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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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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