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 사건' 후 과중한 업무 시달리다 자살한 경찰, 법원 "공무상 재해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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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염전노예’ 사건 후 급격히 증가한 업무량 때문에 우울증을 호소하다가 자살한 경찰관에 대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경찰관 박모씨는 지난 2014년 4월 전북 정읍의 한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교통관리계에서 순찰 업무를 담당하다가 실종·가출자를 수색하는 업무를 맡은지 2달째 되던 때였다. 당시 신안 염전노예 사건이 발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읍시의 인구는 약 10만 명이었지만 실종·가출자 업무는 박씨 혼자 맡았다. 박씨는 근무시간과 상관 없이 연락이 오면 바로 출동해야했다. 주변에 괴로움을 토로하던 박씨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씨의 유족들은 “과중한 업무와 그에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사망했다”며 유족보상금 지급을 신청했지만 공무원연금공단은 “박씨가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라며 거절했다. 이에 유족들은 결국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유진현)는 박씨의 유족들이 “유족보상금을 지급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박씨는 실종·가출 관련 업무를 혼자 담당해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로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있었던 염전노예 사건으로 인해 업무량 자체도 적지 않은 상태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사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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