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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수임료’ 최유정 “물의를 일으켜 사죄하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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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최유정(47·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가 항소심에서 “법질서를 향한 불신을 주고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17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최 변호사는 “나의 오만함과 능력에 대한 과신이 가져온 어마어마한 사태로 상처 입은 국민과 옛 동료들께 고개 숙여 사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처음 기소됐을 때 제 이름이나 사진을 TV와 신문에서만 봐도 호흡이 곤란해져서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면서 “1심 선고를 받고 재판이 없는 지난 두 달여 동안 사건을 차분히 바라보고 제가 저지른 모든 행동과 결과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존경하고 사랑했던 옛 동료들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지 후회스럽다"며 "추징금을 낼 형편이 되지 못해 가석방도 없는 6년형을 살 생각을 하면 까마득하고 막막하나 여기(구치소)에서 제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처음 법조인이 되려고 했던 초심을 인제야 마주치게 됐다”면서 “언제 사회에 복귀할지 모르겠으나 가난한 사람과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 변호인은 “최 변호사가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미리 준비해둔 반성문을 대신 읽었다.

변호인은 “최 변호사가 자신의 과오가 가볍지 않다고 생각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이 사건을 맡은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기록을 검토하지 못했다. 추후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최 변호사 행위로 인해 불러온 엄청난 사회적 파장이나 사법부의 신뢰 훼손에 대해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1심 판단이 맞는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이 사건과 최 변호사와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법조 브로커 이동찬(45)씨 사건과의 병합심리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일반사건이라면 그렇게(병합심리) 하겠지만, 최 변호사 사건은 심리 부담이나 사건 자체가 크기 때문에 병합심리하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최 변호사는 브로커 이동찬씨와 공모해 정운호(52·구속 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 실질대표 송모씨에게서 재판부 청탁 명목으로 각각 50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 변호사는 또 지난해 상습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받고 구속돼 있던 정씨에게 3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청탁해 보석이 가능하게 됐다'며 거액의 수임료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변호사는 수임료 문제로 정 전 대표와 갈등을 빚던 중 지난해 4월 그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졌다.

이후 최 변호사는 언론을 통해 정 전 대표가 법조인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했다. 당시 폭로 대상에 오른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뒷돈을 받은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2차 공판은 다음달 28일 오전 10시30분에 열릴 예정이다.

배재성 기자 hono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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