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옥주사·마늘주사·신데렐라주사?.."피로회복, 피부미백 효과 못 찾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동갑내기와 결혼한 지 갓 1년이 지난 임 모(37) 씨는 요즘 피부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랑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지만, 앞으로 아이를 낳은 후에도 ‘젊은 엄마’들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엔 강남의 한 피부과에서 피부탄력과 미백에 효과가 좋다는 물광주사 패키지를 200만원에 구매했다. 하지만 10회 넘게 관리를 받아도 기대했던 효과는 크게 나타나지 않아 병원을 옮겼다. 임씨는 “의사도 ‘받아보신 분들이 다 좋다고 한다’고 권유해서 효과를 기대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광주사
 우리나라 미용시술 건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4년 기준 성형외과 의사들의 인구 1000명당 미용시술 건수는 10.7건으로 OECD 국가 1위다. 이 중 절반 이상(51.1%)이 이른바 ‘보톡스’(보톨리눔 독소) 시술이고, 피부가 물처럼 빛나게 해준다는 이른바 ‘물광주사’(하일루론산)가 33.2%로 그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신데렐라주사, 백옥주사, 마늘주사 등 피부를 희게 하고 피로 회복을 도와준다는 기능성 주사제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능성 주사제 시장규모(추정)는 2011년 890억원에서 2014년 1300억원 정도로 성장했다.


 인기는 이렇게 많아지는데 효능은 확실히 있는 걸까? 의료계에서 피부미용이나 피로회복을 목적으로 한 정맥주사제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는 없다는 주장이 15일 나왔다. 김민정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능성 주사제의 효능과 안전성, 사용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신데렐라주사 (티옥트산)·백옥주사(글루타티온)·마늘주사(푸르설티아민)·감초주사(글리시리진)·태반주사(지하거) 등 기능성 주사제의 주성분을 검색어에 포함해 각종 논문과 학술지 발표자료들을 분석한 결과다. 김 연구위원은 “피부미용이나 피로회복 등을 목적으로 정맥주사제를 투여해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없다”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피부관리는 물론 노화방지·비만관리까지 가능하다는 일명 '신데렐라 주사' 광고. 많은 병·의원들이 이런 광고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다. [사진제공=인터넷 캡처]

피부관리는 물론 노화방지·비만관리까지 가능하다는 일명 '신데렐라 주사' 광고. 많은 병·의원들이 이런 광고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다. [사진제공=인터넷 캡처]

 끊이지 않는 기능성 주사제 부작용도 문제다. 주로 두통이나 발진, 어지러움 같은 증세다. 드물게 호흡곤란이나 의식불명을 동반하는 쇼크 같은 중대한 부작용이 발생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필리핀과 미국 등 해외에서도 피부 미백을 목적으로 정맥주사제는 승인하지 않고 있다. 미국 FDA는 “피부미백을 목적으로 정맥주사를 사용하는 것은 잠재적으로 안전하지 않고 효과가 없다”는 내용의 소비자 건강정보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규모(추정) 3년 새 890억원→1300억원으로 #끊이지 않는 부작용도 문제...쇼크 등 중증 부작용도 #보건당국 "과잉광고 향후엔 처벌하는 방향으로 검토"

 대한의사협회는 기능성 주사제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는 별칭이 아니라 정확한 성분으로 처방하고 과장광고는 지양하도록 하는 내용을 반영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정부에서도 기능성 주사제의 효능ㆍ효과를 검증하는 노력을 계속하겠다”며 “과잉광고의 강도가 세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처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