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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 『토지』원작충실…한시대 전체를 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달 24일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KBS제1TV의 대하드라마 『토지』(박경리원작·주일청연출)가 순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 『토지』는 우선 두 가지측면에서 수작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첫째 안방을 넘나들며 사랑에 울고 웃는, 그래서 싸움도 잦고 목소리만 높은 종래의 여성취향 멜러물과 확연히 구별되면서 둘째 충분한 사전제작과 전화면을 필름으로 촬영,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넓은 시야의 영상에서 대하드라마로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원작에 가능한 한 충실하려는 노력과 함께 이야기꾼으로서 드라마의 기능을 살리려는 연출자의 의도 또한 무리가 없다는 느낌이다.
드라마 『토지』가 장점으로 삼고있는 매끄러운 화면전개는 사실 원작소설의 기법이랄 수 있는 「총괄체적 서술형식」을 손상치 않고 영상화하려는데서 나온 것.
총괄체적 서술형식이란 특정한 개인생활의 전개과정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거나 어떤 극적 갈등과 위기의 상황을 집약적으로 압축하지않고 한시대 전체를 묘사할 것을 목표로 하는 방법이다.
이에따라 드라마속의 배경시대는 복합적인 시간속에서 무궁무진한 힘이 꿈틀거리는 공간이면서 개인적 존재를 초월한 사회의 역동성이 숨쉬는 교향악같은 총체성을 획득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 시대는 개인의 성격과 운명을 드러내기 위한 배경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 종류의 개인을 통제하고 포괄하는 초개인적 실제가되며 그 시대는 곧 가장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직 초반이기는 하지만 드라마『토지』는 현재까지 강렬한 인물이나 특정사건에 대한 강조가 없이 얼핏 밋밋해보인다. 그러나 거기에는 알수 없는 긴강감이 존재한다.
김지미주연의 영화 『토지』가 원작의 1부(한일합방직전 구한말)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최참판댁의 안주인 윤씨부인이 겪는 한과 당대역사의 혼돈을 극렬하게 대비시켜 특정인물의 삶과 그 운명적 성격을 표출한 것을 떠올릴때 드라마『토지』는 현재 비슷한 시대배경에도불구, 그러한 이야기전개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이는 곧 민족서사시로서 다양한 인물의 삶과 그것들을 통제하면서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역사를 표현하려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이점이 드라마 『토지』가 벌써부터 보여주고 있는 저력인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앞당겨진 방영일자 때문에 앞으로 약20회분이외의 장면도 모두 올필름과 야외촬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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