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씨측 "총선때 정치신인 지원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의 2000년 16대 총선을 진두지휘한 쪽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계인 동교동계다. DJ는 민주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권노갑 전 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공천과 선거 지원 작업을 전담했다. 총선 결과는 한나라당에 졌지만 박빙의 승부처인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집중지원의 덕을 본 후보가 있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얘기다.

따라서 權씨가 현대 비자금을 받았다면 그 돈은 주로 386 출신 등 정치신인들이 대거 출마한 수도권을 비롯, 전략지역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權씨의 측근인 이훈평 의원은 "그런 돈이 있었다면 신진들이 출마한 접전지역에 썼을 것 아니겠느냐"며 "權전고문이 그런 걸 검찰에서 밝힐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태랑 최고위원은 자신이 쓴 책 '우리는 산을 옮기려 했다'에 이런 글을 적었다. "개혁파의 리더로 자임했던 정동영(전주 덕진)의원은 국회의원 공천 과정에서부터 그 후 당내 입지에 이르기까지 權고문의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 외에 이른바 '바른정치모임'의 멤버였던 정동채(광주 서).신기남(서울 강서갑).정세균(무주-진안-장수).천정배(경기 안산을) 등 젊은 신인들에게 별도의 사무실을 내주고 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그들이 당의 차세대로 성장하도록 아끼고 이끌어준 사람이 바로 權고문이다."

金위원은 이 책에서 추미애(서울 광진을)의원이 16대 총선 후인 2000년 8월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했을 때 "權고문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썼다.

이듬해 5월 정동영 의원 등이 동교동계 2선 후퇴 등을 요구하며 '정풍(整風)운동'을 벌였을 때엔 동교동계 핵심인 김옥두 의원이 "휴대전화 하나 달랑 들고온 사람들에게 공천 주고 돈도 줘 당선시켰다"며 배신감을 토로한 적도 있다.

그러나 신주류 측 인사들은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펄쩍 뛰었다. 秋의원은 "아무 도움을 받지 않았으며, 金최고위원이 그런 글을 쓴 데 대해 미안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세균 의원도 "1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고, 辛의원 측은 "우린 당선이 확실해 도움이 필요없었다"고 했다.

'DJ 저격수'였던 한나라당 이신범 전 의원을 지난 총선에서 떨어뜨린 민주당 386 출신 김성호(서울 강서을)의원도 "權전고문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동영 의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으나 그의 보좌진은 "당선이 확실했는데 지원을 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검찰 수사에서 신주류 일부 인사가 權씨의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확인될 경우 신주류의 개혁 이미지가 손상될 것이며, 신당 추진작업에도 먹구름이 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