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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양과 질|의대 정원 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의사수가 많으냐, 적으냐 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
보사부가 금년 4월 「향후 20년간 의과대학 신설 불허및 정원동결 방침」을 발표했던 것과는 다르게 문교부는 최근 내년도 대학입학 정원조정을 하면서 의과대학을 한꺼번에 3군데씩이나 신설토록 허가한데서 사단이 벌어졌다.
보사부와 대한의학협회의 주장은 현재의 의과대학 정원만해도 앞으로 2000년대까지는 공급과잉 사태가 난다는 것이다. 교수요원도 확보되지 않고 교육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현 상태에서 의대를 자꾸 증설하면 교육내용이 부실하여 저질 의사를 양산하게 되고 따라서 의료자체의 저질화를 면키 어렵다는 논리다. 따라서 증설은커녕 오히려 기존 대학의 의학과 학생수를 줄여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기획원과 문교부등은 이와는 달리 앞으로 2년후면 전국적으로 실시될 전국민 의료보험으로 의료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며 의료인력이 대도시에 편중돼있어 도·농간의 의료혜택수준이 큰 격차를 보이고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의료인력 양성은 계속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모두 합당한 논리를 펴면서도 의식적이든 아니든 간에 외면하고 접어둔 문제가 있음이 눈에 뛴다.
의료인을 교육할 교수인력과 시설이 완비되지 않은 채 무작정 학과만 신설한다는 것은 의료행위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저질의료인을 양산시킬 위험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 점은 인가 이전에 교육에 필요한 교수진과 실험·실습시설이 완비됐는가를 확인하고 그 전제조건이 충족됐다고 판단될 경우에 한해서만 학생모집을 허용하면 될 것이다.
또한 국가가 관리하는 의사면허시험의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서 실력없는 의사의 배출을 사전에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의료인의 과잉공급이 아니라 돌팔이 의사의 엉터리 진료행위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장치를 엄격히 하는 것이다.
의료인력의 과잉현상은 전체적인 숫자때문이 아니라 대도시 편중현상 때문이다. 최근의 보사부자료에 따르면 개업의사의 76.6%가 서울·부산등 6대도시에 몰려 있다.
서울에 살았으면 충분히 목숨을 건질 수 있는 환자인데도 시골에 살기 때문에 죽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선진국에 비해 의사의 절대수는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은 국민이 어디서나 공평하게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자격있는 의료인 양성에 힘쓸 때다 이를 위해서는 의학 교육의 양 못지않게 질을 높여야하고, 또 의료인들에게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 줌으로써 지역간 의료불균형의 시정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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