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다음 정부 운신 폭 좁혀, 이해 어렵다” 남경필 “문 대표만 사드 승복하면 논란 종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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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 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절차에 돌입한 데 대해 7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대선주자들은 “탄핵을 앞두고 안보 프레임을 만들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환영 입장을 밝힌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주자들과는 대조적이었다.

대선주자들 엇갈린 반응 #안희정 “불가피하다고 속도전 안돼” #안철수 “정부, 진행상황 설명 책임” #유승민 “대선 전에 배치 완료돼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사드 배치 문제를) 순리대로 넘겨주면 다음 정부가 여러 가지 외교적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데 지금 무리하게 강행해 속도를 내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음 정부의 외교적 운신 폭을 아주 좁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다. 그는 다만 “부지를 조성하고 사드 포대 배치가 완료될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아마도 다음 정부 출범 전에 다 마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예상했다.

그동안 “사드 배치 합의를 뒤집을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혀 온 안희정 충남지사 측도 이번엔 “사드 배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속도전을 치르듯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부는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틈을 탄 ‘사드 알박기’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전반적인 진행 상황에 대해 국민께 설명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정부의 소통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의 불안정이 중국의 국익에도 해가 된다는 점을 중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측은 “사드를 은밀히 들여오는 데 대해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주자들의 입장 발표에 앞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전에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중국은 사드 배치 자체보다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우롱했다는 배신감과 분노가 더 컸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사드는 다음 정부에 넘기고 기업의 피해를 고려해 외교부 장관은 바로 중국에 가서 그들을 설득하라”는 주장을 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대선주자들은 한·미 간 합의의 적극적인 이행을 주장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헌재 탄핵 인용 결정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대선 전에 배치가 완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남경필 경기지사도 “사드 배치는 차질 없이 계획대로 진행돼야 한다”며 “문재인 전 대표만 사드 배치를 승복하면 국내 사드 논란은 종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모든 주자가 사드 배치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측 김성원 대변인은 “북한이 어제(6일)도 탄도미사일을 4발이나 발사하며 대한민국과 동북아시아의 안위를 위협하고 있는 안보 위기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올바른 결정으로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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