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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같은 실수 땐 화나죠? 오답노트가 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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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3월 학력평가 활용법

고3 수험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3월 학력평가(학평)가 9일 실시된다. 새 학년 들어 처음 치르는 전국 모의고사인 3월 학평은 ‘3월 성적이 수능까지 간다’는 말이 있을만큼 수험생의 위치를 알려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특히 올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절대평가가 처음 도입되는만큼 영어 출제 경향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3월 학평 활용법과 향후 입시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10명 중 6명 학평보다 수능 등급 하락

지난 3년간(2014~2016년) 진학사 홈페이지에 3월 학평 성적과 수능 성적을 입력한 4만7392명을 대상으로 국·영·수 등급 변화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성적이 하락한 학생은 58.5%(2만7732명), 유지한 학생은 35.6%(1만6879명), 상승한 학생은 5.9%(2781명)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은 성적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3월 학평은 사실상 고3 수험생만 치르는 시험이지만, 실제 수능엔 재수생들이 응시하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또한 3월 학평은 시험 범위가 적어 사실상 2학년까지의 학업성취도를 체크하는 시험이다. 그래서 수능과 비교해 실제 실력보다 성적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연철 진학사 수석연구원은 “재수생은 물론 반수생들도 수능을 치르는데, 이들 대부분은 성적이 중상위권이라서 고3 수험생이 실제 수능에서 성적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의 결과에 너무 연연하는 것 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는 계기로 3월 학평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중위권은 약한 단원·유형 파악부터
학습 방향 문제 없는지 체크해 보완
탐구영역 선택은 빠를수록 좋아

3월 학평이 끝나면 우선 ‘실수’부터 공부해야 한다. 찍었는데 맞춘 문제는 물론, 실수로 틀린 문제도 다시 봐야 한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틀린 문제는 손으로 다시 풀어보는 게 좋다. 교사가 풀어주는 풀이 방법을 지켜보는 대신 직접 풀어봐야 한다는 의미다.

자신의 답이 오답인 이유를 직접 적어보고 어느 단원의 어느 부분이 부족해서 틀렸는지 분석해본다. 우 연구원은 “1~3등급 성적대는 3월 학평부터 본격적인 오답노트를 만들라”고 권했다. 4등급 이하의 학생은 틀린 문제가 많아 오답 노트 만들기가 ‘공부’가 아닌 ‘노동’이 되기 쉽다. 이런 경우엔 틀린 문제의 개념을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게 낫다.

각 과목 성적대별로 학습 방법 달라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하는 6월·9월 모의평가와 달리 3월 학평은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시험이다. 수능 문항의 출제 경향과는 조금 다를 수 있고 성적도 차이가 날 수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3월 학평은 6월 모의평가 전까지 자신의 대략적 위치와 과목별 취약점을 발견하기 위한 시험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겨울방학 동안 학습한 방향에 문제가 없는지, 시간이 부족한건 아닌지, 문제 푸는 요령이 부족한지 등 자신의 약점을 파악한 뒤 이를 보완하는 학습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각 과목의 성적대별로 학습 방향이 달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어의 경우 상위권은 최근 수능에서 길고 어려워진 제시문을 독해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비문학 영역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면서 어휘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중위권 학생에겐 각자 어려워하는 특정 유형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자주 틀리는 유형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6월 모의평가까지 짧은 시간에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위권 학생은 문제 유형이 고정적인 화법·작문영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학습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학의 경우 최상위권은 1등급을 가르는 고난도 문항이 관건이다. 최근 수능에서 고난도 문항이 계속 나오는만큼 이런 문항들에 계속 도전하면서 약한 단원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다. 중위권은 취약 단원의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EBS수능특강 등의 교재를 취약 단원 위주로 풀면서 보강한다. 하위권은 이번이 수학 기초 개념을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겨야 한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과서 예제부터 풀어야 한다.

영어 상위권은 쉬운 문제를 놓쳐 등급이 바뀌는 일이 없도록 실수에 주의해야 한다. 중위권 수험생은 고난도 문제를 맞히느냐 여부가 결정적이다. EBS 교재의 빈칸 문제는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간다. 하위권은 EBS 교재의 어휘 암기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다.

올해 수능부터 절대평가 방식으로 치르는 영어는 출제 난이도를 예상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3월 학평에서는 자신이 몇 등급을 받을 수 있는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함께 따져봐야할 것이 각 대학의 영어 성적 반영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서울대와 같이 영어를 등급별로 감산(1등급 0점, 2등급부터 0.5점씩 감점)하는 대학은 영어의 변별력이 낮지만 연세대처럼 등급별로 부여하는 점수 격차가 큰 대학은 영어 성적이 당락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의 영어 성적 반영 방법은 3월 학평 이후엔 확실히 숙지하는 게 좋다.

탐구영역, 응시생 많은 과목이 안정적

고3 중엔 탐구영역 선택을 미루고 있는 수험생도 제법 많다. 대개 ‘여름방학에 몰아서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늦어도 3월 학평을 전후한 학기 초에 과목 선택을 끝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별다른 고민 없이 탐구영역 과목을 선택했다가 여름방학때 뒤늦게 바꾸면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탐구 한 과목의 기본 개념을 공부하는데만 60~80시간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어영역의 절대평가로 수능에서 영어 변별력이 줄어든 대신 탐구영역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예상이 많은 상황이라, 예년보다 한층 신중하게 탐구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탐구영역은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을 선택하는게 좋다.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개설한 과목이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다른 과목을 선택해볼 수 있다. 김 소장은 “암기할 것이 많은 탐구 과목 특성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점수가 잘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탐구영역은 과목마다 응시 인원과 난이도에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응시 인원이 많은 과목이 안정적인 등급을 받기에 유리하다. 주요 대학들은 탐구영역 점수를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표준점수로 재계산해 반영하는데, 백분위는 응시 인원이 많아야 점수가 상위부터 하위까지 고르게 나오기 때문이다. 응시 인원이 적은 과목은 1~2문제로 등급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응시 인원이 적은 과목이라도 선택해야하는 상황이 있다. 특정 과목 조합을 강제하거나 가산점을 주는 대학·전공을 선택하려는 경우다. 예를 들어 서울대는 과학탐구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두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다. ‘물리Ⅰ’+‘물리Ⅱ’ 를 함께 선택할 수 없다는 뜻이다. ‘Ⅱ+Ⅱ’ 조합의 경우 가산점이 있어 자신에게 유리한 조합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결국 탐구영역 선택은 목표 대학과 전공에 대한 결정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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